[마스터스] 마케팅의 동력은 '고집'

비상업주의에서 출발한 신비주의, 오거스타시 매년 '1억 달러' 경제효과

마스터스의 개최지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마스터스의 '경제효과'는 과연 얼마나 될까. 해마다 4월이면 인구 20만명에 불과한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시에는 이보다 더 많은 3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당연히 숙소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인근 골프장은 연초에 이미 예약이 동날 정도다. 주민들은 이때문에 주택을 빌려주고 오히려 타지로 여행을 떠난다. 1주일 임대료가 5000달러에 육박할 정도니 수입도 짭짤하다.골프장으로 향하는 워싱턴로드에는 속칭 '삐끼'까지 등장해 1주일 내내 북적거린다. 마스터스는 이른바 '패트론(patronㆍ마스터스에서는 갤러리를 패트론이라 칭한다)'만 관람할 수 있다. 약 4만명의 패트론은 그러나 40년전인 1972년 마감됐고, 이후에는 사망자가 생겨야만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200 달러짜리 티킷은 암표시장에서 4000 달러, 명승부가 연출될 때는 최고 1만 달러까지도 호가한다. 내년에는 다행히 대회조직위원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일정 수량을 판매하겠다"고 밝혀 일반인들에게도 일정 수량이 배분될 예정이다. 오거스타시가 1년 12개월 이외에 마스터스 주간을 의미하는 '제13월'이 있다고 표현하는 까닭이다.연구에 따르면 '마스터스 특수'는 적어도 1억 달러 이상의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유발한다고 한다. 미국 최고의 스포츠인 프로풋볼(NFL)의 슈퍼볼 못지않은 엄청난 규모다. 그 동력은 무엇보다 아무나 출전할 수 없고, 아무나 볼 수 없는 오거스타만의 고집이자 비상업주의에서 출발한 신비주의다. 선수들이나 패트론이나 오거스타골프장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으로 여긴다.'구성(球聖)' 보비 존스가 조성한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은 아무나 회원이 될 수 없고,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폐쇄적인 골프장이다. 오죽하면 스노비클럽(snobby club)으로 유명했을까. 회원이 동반하지 않으면 정문조차 통과할 수 없다. 300명의 회원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등 미국 최고의 거물급 인사들이다. 흑인은 그나마 1990년에 입회가 가능해졌지만 여성들은 아직도 입회를 불허한다. 이때문에 여성단체들이 중계방송사인 CBS에 광고하는 기업들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인 적도 있다. 골프장은 그러자 2003년과 2004년에는 CBS에 중계권료를 받지 않고 아예 광고 없이 방송을 내보내는 강경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여느 대회와 달리 타이틀스폰서도 없고, 매년 총상금도 정해놓지 않는다. 골프장에 걸어놓은 기업의 로고도 없고, 결과적으로 온통 마스터스에만 집중하라는 이야기다. 총상금은 TV중계료와 입장권 수입, 기념품 판매 등을 결산해 대회 최종일 발표한다. 지난해에는 총상금 750만 달러에 우승상금이 135만 달러였다.TV중계도 마찬가지다. 1년 단위로 계약하는데 보통 1000만 달러다. 마음만 먹으면 1억 달러 이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지만 중계권료를 높이기 위한 협상 따위는 없다. 그래서 광고도 단출하다. 1시간에 4분, 그것도 극소수의 기업만이 선정된다. 중계를 보는 골프마니아들이 반복적인 광고에 시달리지 않고 차분하게 몰입할 수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마스터스의 권위에 돈을 결부시키지 않는 오랜 고집이 결국 오늘날 지구촌 골프계 최고의 메이저대회를 만들어낸 셈이다. 마스터스는 그래도 모든 경비를 쓰고 남을 만큼 돈이 풍족하다. 중계권료와 입장권 수입이 각각 1000만 달러에 기념품 판매 수입이 2000만 달러, 아무리 불황이 와도 최근 몇 년간 평균 수입은 4000만 달러를 넘었다. 총상금과 각종 경비를 제외하고도 1000만 달러는 남는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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