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어제 7.50원 하락해 오랜만에 1100원선이 무너졌다. 이는 국제 금융위기를 촉발한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3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원화 강세의 외부 요인으로는 글로벌 경제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해외투자자들이 한국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를 늘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지금까지 1100원선 안팎에서 시장에 개입해온 통화당국이 슬그머니 발을 빼는 바람에 환율이 급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가안정을 위해 환율하락 카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실제 물가불안은 심각하다. 3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7% 상승, 2008년 10월 이래 2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3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서민들의 생활을 압박하고 있다. 4, 5월에는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서면서 계약한 기름이 본격적으로 들어와 물가를 한층 자극할 전망이다. 이처럼 물가가 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등장하자 통화당국도 환율 하락을 용인한 것이란 지적이다. 달러당 1050~1080원선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환율이 하락할 경우 수출기업들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겠지만 그동안 고환율 덕에 이익을 많이 낸 것도 사실이다. 저환율을 견뎌야 할 것이다. 환율 하락은 수입 원자재를 좀 더 싸게 들여올 수 있어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환율은 진작 낮아졌어야 했다. 작년부터 통화당국은 여러 차례 금리를 올렸지만 시기를 놓쳐 물가를 잡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지난 2월 물가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번째로 높아 한국이 '고물가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것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만 국제유가 상승 때문이라고 핑계를 댈 수도 없다. 고환율은 수출에는 도움을 주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많다.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기를 조장하고 물가에 부담을 준다. 미국, 일본 등도 우리의 고환율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정부는 다소 성장률이 낮아지더라도 물가를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이를 위해 금리 인상뿐 아니라 저환율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또 작년 말 환율 1150원선을 전제로 짠 올해 예산도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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