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사업의 손실보전 대상 포함, 국민주택기금 융자금 30조원 후순위 채권 전환 및 거치기간 10년 연장, 미매각 자산을 매각하기 위한 별도 판매법인 설립, 보금자리주택 민간 참여 확대 등이 주요 골자다. 정부 지원으로 LH는 올해 부족한 사업비 6조원 조달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 방안은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메워주는 데 그친 미봉책일 뿐이다. 지난해 말 기준 125조5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빚을 줄여나갈 방안은 없이 갚는 시기만 늦춘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는 그렇다 치고 내년에는, 또 그 후년에는 어찌할 것인가. 급한 불만 끄는 식으로는 LH를 정상화시킬 수 없다. 근본적인 부채 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건은 지체 없는 사업 구조조정이다. LH가 현재 벌이고 있는 414개 사업을 모두 추진한다면 연간 45조원의 사업비가 들고 2014년에는 부채가 254조원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신규 사업은 원칙적으로 중단하고 진행 중인 기존 사업은 축소ㆍ조정하는 게 옳다. 그러나 LH는 구조조정 방침만 세웠을 뿐 정작 시행은 계속 미루고 있다. 정치권이 '자기 지역 사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압력을 넣는 때문이라고 한다. 이지송 사장이 지난해 말 청와대를 찾아가 정치권의 무책임성을 호소했을 정도다. 사업 구조조정은 힘 없는 LH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정리를 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LH의 부채 가운데 상당 부분은 임대주택과 보금자리주택 등 정부의 국책 사업을 떠안은 결과다. 앞으로 무리하게 적자성 국책사업을 떠넘기고는 부실이 커지면 혈세로 메워주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LH의 부실이 전적으로 국책사업 때문만은 아니다. 방만한 경영도 한몫을 했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다. LH 는 지난해 말 올해 임직원 임금의 10%를 반납하고 2012년까지 인력의 25%를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임직원 한 명당 평균 1910만원의 성과급을 주었다고 한다. 혁신은 말뿐 아니냐는 시중의 비판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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