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탐지견 노을이, '사춘기' 이기고 필드로!

[아시아경제 박은희 인턴기자]관세청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탐지견훈련센터(인천 중구) 소속 예비 탐지견 노을(21개월령ㆍ레브라도 리트리버)이는 대선배 닉스(48개월령ㆍ레브라도 리트리버)를 떠올리면 무척이나 부럽고 샘이 난다. 제실력만 발휘했다면 이미 6개월 전에 '필드(인천공항 세관)'로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우수탐지견으로 뽑힌 닉스.

닉스는 노을이가 그토록 선망하는 필드에서 맹활약 해 약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010년 우수탐지견으로 뽑혀 '탐지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이 친구는 지난해 7월 국제우편세관에서 합성대마 5g을 적발해낸 것을 비롯해 2010년 마약류 밀반입 13건을 적발했다. 닉스가 1년 동안 찾아낸 마약은 모두 30kg, 3000만원어치다. 노을이가 부러워하는 이유다.지난 3일 훈련장에서 직접 만난 노을이는 유견 시절부터 '필드의 영웅' 닉스의 뒤를 이을 '차세대 닉스'로 주목받았다. 사람 나이로 20살 정도인 12개월령 때까지 거의 모든 훈련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훈련견' 딱지를 떼어낼 마지막 관문인 지난해 9월 최종 심사에서 탈락한 건 노을이한테도, 노을이 엄마(핸들러)한테도 충격이었다.

탐지견 노을이.

노을이는 최종 심사를 앞두고 마음이 불안했다. 훈련에도 게을러졌고 계속 엇나가기만 했다. 엄마 말도 잘 안 들었다. 당시 노을이는 '사춘기'였다. 최동권 탐지견훈련센터 팀장은 "노을이는 다른 공부를 하고 싶은데 엄마는 자꾸 해오던 공부만 시키니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개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걸 안 풀어주면 서서히 망가진다"고 했다.그럴 만도 하다. 예비 탐지견들의 하루는 고3 수험생의 하루 만큼이나 규칙적이고 빡빡하다. 아침 8시 전후에 기상해서 정확히 9시에 배변을 하고 잠시 산책을 한 뒤 10시께 훈련을 시작한다. 점심먹는 시간을 포함해 약 1시간 30분 정도 쉰 다음엔 다시 고된 일정. 이렇게 오후 4시까지 쉼 없이 움직인다. 장애물훈련ㆍ대인탐지훈련ㆍ콘베이어벨트탐지훈련 등 '신체훈련'에서 대인친화훈련ㆍ지능개발훈련 등 '정신훈련'까지 코스도 험난하다. 입에 기름칠 할 일도 거의 없다. 살 찌고 둔해질까봐 엄마가 사료만 주기 때문이다.탐지견훈련센터는 주위의 기대와 고된 일과에 압박이 심했을 노을이를 보듬어줄 새 엄마를 약 2달 전에 붙여줬다. 다행히 서로 적응을 잘 했다. 사실 노을이도 자기가 어떻게 해야 '밥값'을 하는 건지 잘 안다. 훈련견 노을이가 닉스같은 '프로'로 길러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년에서 1년 반, 들어가는 돈은 인건비ㆍ사료비ㆍ병원 진료비 등을 포함해 3000만~4000만원이다. 강아지 때 몸값이 이미 500만원 정도였던 노을이가 탐지견이 되면 몸값은 10배 가량 뛴다.밥값을 하려 지난 2달 동안 새 엄마와 '개 발에 땀 나게' 뛴 노을이는 기자가 찾아간 날 오랜 방황에 마침표를 찍을 제2차 최종 심사대에 올랐고 주어진 과제를 무난히 해결했다. 반 년 전 탈락한 경력 때문에 노을이가 일단 맡게 될 '보직'은 마약탐지보다 한 단계 낮은 폭발물탐지다. 맨 처음 원했던 역할은 아니지만 방황을 딛고 얻어낸 결과이기에 노을이의 활약상이 더욱 기대된다.박은희 인턴기자 lomorea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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