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리 인상후, 800조 가계빚 대책을

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26개월 만에 처음으로 연 3%대로 올라섰다. 김중수 한은총재는 "앞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물가를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급등에 중동ㆍ북아프리카 사태 등으로 유가도 뜀박질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어쩔 수 없이 택한 고육책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국정 중에서 성장과 물가 문제가 있는데 물가에 더 심각하게 관심을 갖고 국정의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해 상반기에는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두고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성장과 물가 중에서 중심 추를 물가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은이 모두 물가를 우선해 금리인상을 받아들인 것은 당연하다. 5% 성장 목표에 집착해 물가 급등을 방관하다가는 실속 없는 성장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잃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인상이 경기를 위축시켜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면서도 한은의 금리인상이 여전히 '뒷북 대응'이란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인상을 점치려면 김 총재보다 대통령과 장관들의 입을 주목하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한은이 금리인상의 적기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이 나온 후에, 또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모두 물가를 걱정한 후에야 금리를 올린다면 중앙은행의 존재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한은은 앞으로 정부와 싸워서라도 선제 대응하는 소신을 보여주기 바란다. 금리인상 후 가장 우려되는 것은 8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의 추가 이자부담이다. 이와 관련한 김 총재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 그는 "가계부채를 고소득층이 많이 지고 있다"며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다 해도 소득 대비 11%가량 이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비용이 0.2~0.3%포인트 정도만 오르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 부채 규모보다 서민들이 금리인상으로 얼마나 힘들어지는가를 살펴야 한다. 금리인상은 그렇지 않아도 생활물가 급등으로 고통 받는 자영업자와 서민들을 더욱 압박할 것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강력하고도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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