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와인]역사책 부럽지 않은 와인

▲산타리타 120 메를로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어둡고 깊은 밤을 틈타 몰래 산을 넘는 120명의 무리가 있었다. 감시자의 눈을 피해 단체로 몸을 숨길 만한 곳을 찾기 위해선 밤중에 이동해야했다. 한참을 걷다가 이들은 포도농장을 발견한다. 그 지하에는 포도주를 저장하기 위한 창고가 넓게 자리해 이들은 쉽게 몸을 숨길 수 있었다. 때는 1814년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동쪽으로 100km 떨어진 라펠벨리(Rapel Valley)에서 벌어진 일이다.이들은 모두 독립군이었다. 당시 칠레는 스페인과 독립전쟁을 치는 중이었다. 이 부대를 이끌던 이는 칠레의 국부의 한 사람인 베르나르도 오히긴스(Bernardo O'Higgins) 장군이다. 그는 란카구아(Ranca-qua)전투에서 스페인 군에게 크게 패하게 되었고 이날 포도농장으로 피신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이후 그는 스페인과의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며 칠레 독립에 주역이 됐다.우리에게 삼일절(3월1일)만큼 칠레인에게 있어서 오히긴스의 이야기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역사에 자부심이 더해지면 고스란히 전설이 된다. 오히긴스가 몸을 숨긴 포도농장은 칠레 대표 와이너리인 산타리타(Santa Rita)로 이 전설은 오늘날 와인 '120'으로 기념되고 있다.당시 병사의 수를 뜻하는 120은 현재 국내에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3가지 종류가 선보이고 있다.

▲돈나푸가타 안띨리아

마리 앙투아네트의 언니인 마리아 카롤리나의 기념비적인 일생을 담은 와인도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탈리아 와인인 돈나푸가타(Donnafugata).신성로마제국의 공주였던 마리아 카롤리나는 16세에 이탈리아 나폴리의 페르디난도 4세와 결혼한다. 이어 권력을 차지하고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어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 동생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형을 당하며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이어 등장한 나폴레옹이 1806년 이탈리아를 점령, 남편이 나폴리 왕자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러자 그녀는 1812년 시칠리아로 자리를 옮겨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한다. 결국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추방당하는 운명의 길을 걷게된다. 시칠리아 피난 시절 그녀가 머물던 건물이 오늘날 돈나푸가타 와이너리다.실제로 돈나푸가타라는 뜻도 '피난처의 여인'이란 뜻으로 현재 랄로(Rallo) 가족소유로 와인을 생산해오고 있다. 국내에는 안띨리아(Anthilia)를 비롯해 밀레 에 우나 노떼(Mille e Una Notte), 탄크레디(Tancredi) 등을 만나볼 수 있다.오현길 기자 ohk041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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