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농림수산식품 수출액이 58억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일조량 부족에 따른 농산물 작황 부진과 원·달러 환율 하락 등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한 해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것이다.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은 1988년 처음으로 30억달러를 넘어섰고 20년 후인 2008년에는 45억달러(44억9600만달러)에 육박했다. 수출 규모를 15억달러 늘리는데 20년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2009년 48억달러에 이어 다음해인 2010년엔 58억달러로 1년 만에 13억달러 이상 확대하며 대도약을 이뤄냈다. 정부는 이런 흐름에 편승해 올해 76억달러, 내년엔 100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힘차게 내달리고 있다.하지만 세계 경제 침체, 경쟁국의 적극적인 수출대책 추진,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등 안전성 관리 애로 등 제약 요인들도 도처에 깔려 있어 '농식품 수출 대국'으로 접어드는 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 농산물 소비 포화 "수출 늘려라" = 지난 2007년 농업총생산은 34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명목기준으로 2004년의 36조1555억원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이며 실질가액으로 환산할 경우 2000년 이후 줄고 있다. 농산물 소비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러 생산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농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수출밖에 없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산업연관분석표를 활용해 농식품 100억달러 수출의 국민경제기여도를 산출한 결과 생산유발액은 126억달러, 부가가치유발액 45억달러, 5만6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산 자동차 'NF쏘나타' 수출 효과와 비교해 생산유발액은 39만대, 부가가치 측면에서는 47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농식품 수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액은 58억달러 규모다. 올해는 76억달러가 목표다. 전 세계 농식품 교역 규모가 약 1조500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0.5% 안팎인 셈이다. 정부는 내년엔 100억달러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장의 특성과 선호도 등을 면밀히 분석해 전략상품을 집중 육성하고 계절성이 높은 1차 농산물 수출에서 2·3차 가공을 통한 고부가 상품 수출로 전환해 채산성을 높이며 글로벌 식품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브랜드와 기술을 우리 농수산자원에 결합하는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구제역·이상기온 등 걸림돌도 적지 않아 = 우리나라의 영세한 수출 구조와 내수 중심의 경영 구조가 수출 증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신선농식품의 경우 대부분의 수출업체가 영세해 가격·품질 경쟁력이 취약하고 안정적 공급기반 구축도 미흡하다. 500만달러 이상 수출업체는 13개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100만달러 미만의 수출을 하고 있다.또 가공농식품의 식품기업들도 수출보다는 내수 위주의 매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상위 20개 기업의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은 4.3%에 불과한 실정이다. 해외 소비자를 겨냥한 신상품 개발 등의 R&D 투자도 부족하다. 독일의 식품제조 기업이 매출액의 20% 정도를 수출하고, 농식품 수출이 전체 수출의 4위를 기록한다는 점과는 대조적이다.생산성 및 가격 경쟁력 또한 취약하다. 우리 농식품은 품질 경쟁력은 있으나 생산성이 낮고 생산비가 높아 가격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토마토의 경우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비교해 보면 10a를 생산하는데 우리나라는 6768원이 들어가는 반면 미국은 3777원, 중국은 315원이 각각 소요된다. 품질은 우수하나 생산비가 높다는 결론이다.프랑스 '와인', 뉴질랜드 '키위'와 같은 국가 대표 수출 품목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김치, 인삼 등이 대표적 수출 품목이라 할 수 있으나 수출액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프랑스 와인 수출액은 2006년 기준으로 87억4000만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11조원에 육박하며 뉴질랜드 키위는 8억달러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 김치와 인삼의 수출액은 2010년 기준으로 9840만달러와 1억2350만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세계 경제 침체로 주요 수출국들의 소비 위축도 문제다. 선진국의 경우 성장세가 둔화되고 개도국들은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수출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여기에 지난해 발생한 사상 초유의 구제역 여파와 이상기온에 따른 국내 수급 불안정도 우리나라 농수산물 수출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출당국의 한 관계자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가 사라짐으로써 농수산물과 관련해 해외 바이어들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더구나 최근 이상기온과 여름철 태풍 등도 예상되는 만큼 농수산물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국제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국내 수급조차 여의치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수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 = 농식품 수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수출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의 농식품 수출은 1차 산물 위주로, 그리고 일본 등 일부 국가에만 의존한 단순한 구조였다. 그러나 현재는 가공식품 등 고부가가치 상품의 수출이 크게 늘어났고 수출시장도 미국, 유럽을 비롯해 수출잠재력이 큰 중국, 동남아, 중동 등으로 다변화됐다.특히 교포 위주의 시장에서 벗어나 현지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도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다. 교포 시장은 과거 우리 농식품의 주요 수출처였지만 규모나 품목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농식품 대량수출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대형 소비처인 현지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하는 것이다.이를 위해 농수산물유통공사(aT)는 해외 대형 유통업체와 한국 농식품 입점확대 업무협약을 하고 '직수출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중국, 미국, 유럽 등 8개국 22개 대형유통업체와 협약을 체결,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한국 농식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2009년 농식품 수출에 따른 국민경제 기여효과는 생산유발 6조714억원, 부가가치 유발 2조1269억원, 고용유발 2만7000여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농식품 수출은 이러한 경제 기여효과로 측정할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1990년대 초 개방화 물결 앞에서 저가의 중국 농수산물이 들어오면 우리 농업은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높았다. 그러나 우리 농업은 규모화·조직화를 통해 고품질 농식품을 생산해냈고 지금은 세계시장과 당당히 맞설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이에 정부는 '2012년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위해 힘차게 뛰고 있다.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진입은 우리나라가 농식품 수출강국으로 도약해 세계 농식품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고형광 기자 kohk0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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