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보다 싼 전기..너도나도 물쓰듯

[공기업]전기요금 패러다임을 바꾸자<상> 원가 이하 판매구조

계속되는 한파에 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거래소를 김황식 국무총리가 염명천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에게 전력수요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장도수 남동발전 사장,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 김황식 총리, 염명천 이사장, 김문덕 서부발전 사장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올 겨울 한파에 휘둘린 대한민국을 두고 누리꾼사이에서 대한빙국(大寒氷國)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상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올 겨울에만 네차례나 최대전력수요를 갈아치웠다. 1년 전인 2010년 1월 13일에 최대전력수요가 6896만3000kW였는데 첫번째 경신은 12월 중순이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한파로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졌고 그 영향으로 최대전력수요가 사상 처음으로 7000만kW를 초과해 7130만8000kW를 기록했다. 이후 1월 7일에 최대전력이 7142만3000kW를, 1월 10일에 7184만kW를, 급기야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인 지난 1월 17일에 7313만7000kW를 기록했다. ◆1월 최대전력수요 1년전대비 6%증가= 1년 전의 최대전력수요와 비교하면 417만4000kW, 6%가량이 증가한 것이다. 예비전력은 비상수준에 근접했다.예비전력은 추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전에 투입할 수 있는 발전기 능력이다. 그 수준이 400만kW미만으로 떨어지면 수급비상 상황으로 본다. 1월 17일 최대전력수요가 발생했을 때 남아있던 예비전력이 402만2000kW에 불과했다. 예비전력이 400만kW미만으로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한전은 비상시 전력수급대책을 마련했다. 400만kW미만에서 100만kW미만까지 4단계로 나누어 직접부하제어, 비상절전의 수요조절, 변전소 배전변압기 전압조정 등 단계별 비상수급조절을 통해 약 500만kW의 부하를 감축하고 예비전력이 100만kW미만이 되면 중요도가 낮은 부하부터 차단해 최소 10만kW에서 100만kW까지 부하감축을 하게 된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전력수요가 급증한 것은 이상한파탓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장기간 전기요금 저가 정책에 의한 다소비형 산업구조가 고착되고 에너지원간 가격체계 왜곡에 의한 전기장판, 시스템에어컨 등 전기난방기기 수요가 너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기는 2차 엔지로 1차 에너지인 유류, 가스난방에 비해 40∼50%의 전환손실이 더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비효율적인 대체소비(유류→전기)로 인한 국가적 에너지손실액이 연간 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전기는 2차 에너지 불구 등유보다 23%낮아=전기는 가스나 유류 같은 발전연료를 연소시켜 만드는 2차 에너지로, 에너지효율이 등유의 45%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2002년 이후 등유가격이 98% 오르는 동안 전기요금은 12%오르는데 그치면서, 2차 에너지인 전기요금이 1차 에너지인 등유에 비해 오히려 23% 낮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이렇다보니 2002년 이후 전력사용량은 42% 증가한 반면 등유사용은 67%감소했다. 겨울철 난방수요가 전력으로 집중되는 왜곡된 에너지소비자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한파에 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거래소 직원들이 전력 현황판앞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에너지사용은 국가적인 에너지비용 낭비를 가져올뿐만 아니라 겨울철 피크시간만을 위해 전력설비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비효율을 가져오고 이는 곧바로 요금인상 요인이 된다. 지경부에 따르면 하루에 1시간인 피크시간대에 2000MW의 최대수요를 억제할 경우 1000MW급 원전 2기의 건설비용인 4조2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이를 통한 요금 인상 억제 효과는 2.2%에 달한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보다 전기요금에 대한 인식전환과 합리적인 전기소비가 중요하다. 실제로 아직도 드라마는 물론 신문,방송의 뉴스에서도 전기요금을 전기세라고 표현하는 일이 다반사다. 세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국민이나 주민으로부터 강제로 거두는 돈이다. ◆아직도 '전기세' 인식, 제도개선 시급=요금은 남의 힘을 빌리거나 사물,서비스비를 이용, 소비, 관람할 경우의 그 댓가다. 전기 가스는 국가가 강제로 걷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사용한만큼을 지불하는 요금이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간혹 드라마 작가들에 전기세를 전기요금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지만 '전기요금보다는 전기세가 시청자에 이해가 빠르고 어감상 느낌이 더 강하다'고 한다"면서 "전기요금은 생활에 밀접해서인지 택시나 버스요금 인상보다 더큰 반발을 불러오는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발전설비를 증설하기 전까지 2, 3년간은 앞으로 매년 강추위→전기과다사용→전력수급비상→강제에너지절약의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지경부의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보면 2014년 이후에는 원자력,석탄발전소 등이 대거 준공돼 1100만kW까량 공급능력이 늘어나지만 2013년까지는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이 늘지 않아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전력수급이 불안하다. 오는 2013년까지는 매년 동절기에 전력대란이 반복될 수 밖에 다는 것이다.지경부 관계자는 "합리적인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을 통해 왜곡된 에너지사용을 바로잡고 국가적인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것이 어느때보다 시급하다"면서 "전기요금 현실화, 계시별 요금체계 개선, 피크요금제와 연료비 연동제 도입 등 전기요금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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