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대한해운이 그제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유상증자를 한 지 1개월여 만이다. 법원이 회생신청을 기각하면 청산 수순을 밟게 되고 주식은 정리매매에 들어간다. 회생 개시를 결정하면 관리종목으로 편입된다. 어떤 경우든 기존 주주는 물론 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꼼짝없이 피해를 보게 됐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대한해운 사태는 경영진과 신용평가사들이 짜고 벌인 한편의 사기극이나 다를 바 없다. 경영진은 곧 회사가 망할 지경인데도 우선 돈을 끌어들이려 증자를 실시했다. 신평사들은 회사 사정을 잘 알텐데도 투자적격 평가를 함으로써 장단을 맞춰 주었다. 투자자들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은 부도덕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대한해운은 2009년 4881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데 이어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514억원의 적자를 냈다. 침체에 빠졌던 해운업이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에도 다른 기업들과 달리 용선료 부담 등으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향후 전망도 어두웠다. 그럼에도 증자를 통해 돈을 모으고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몰염치한 짓이다. 회사 사정을 잘 알면서도 대한해운에 후한 등급을 매겨 투자자들의 눈을 현혹한 신평사들의 행태는 더 문제다. 한신정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해운이 증자에 나설 당시 무보증사채 등에 대한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인 BBB+(안정적)으로 평가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뒤늦게 투기등급인 D로 내렸다. 신평사들이 공정한 평가를 내렸다면 회사는 증자에 나설 수 없었고 선의의 피해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투자자들을 호도한 증자 주관사인 현대증권과 대우증권, 증권신고서를 수리할 때 위험 요인에 대한 심사를 허술히 한 금융감독원의 부실한 감독도 문제다. 이들은 하나같이 "대한해운이 회생절차를 신청할 줄은 전혀 몰랐다"며 발뺌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업 실상을 속인 경영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실평가 시비가 일지 않도록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감독 강화, 신용평가 방법 등에 대한 공시 확대 등 제도 개혁도 급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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