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연일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도 높일 뜻을 비쳤다. 김 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시중은행장들을 만나 "경기가 예상보다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당초 올해 경제 성장률 4.5%, 물가 상승률 3.5%를 전망했다. 이보다 경제 전망치를 높여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틀 전 그는 "중앙은행에 (성장보다) 더 큰 관심은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며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가 입장을 강하게 바꾼 것이다. 어제 한은은 또 '신흥시장국의 인플레이션 현황'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 우려를 표명했다. '신흥국의 인플레가 주로 식품가격 상승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은은 이어 인플레 우려에 직면한 신흥국 대부분이 정책금리나 지급준비율을 인상했다고 소개했다. 한은은 지난 13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바 있다. 최근 더 높은 성장률을 예상하고 인플레 경고를 지적하는 소리가 잇따라 나오는 점에서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물가가 급등하니 인플레 관리가 통화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한은의 입장이 한 달만에 빠르게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씁쓰레한 기분이다. 한은은 '견조한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 (작년 12월9일, 금리 동결 때),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올 1월6일, 새해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며 성장과 물가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새해들어 물가불안이 이슈화하자 지난 19일 '물가안정의 기반 위에 적정 성장률을 유지 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작년 하반기부터 물가가 오른다고 국민들은 아우성이었다. 새해 들어 정부는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런 다음에야 한은의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한은과 통화정책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미리 내다보고 손을 쓰는 한은의 역할이 아쉽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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