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가장 성공한 민간은행이란 평가를 받아 왔다. 적어도 지난해 최고 경영진 3인방이 물고 물리는 고소ㆍ고발 사태를 벌이기 전까지는 그랬다. 30년이 안되는 짧은 역사에 국내 1, 2위를 다투는 자산 313조원 규모의 정상급 은행으로 발돋움했다. 혁신적이며 도전적인 경영, 높은 생산성과 수익성은 다른 은행의 롤 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경영진 싸움으로 신한금융의 경영진 공백사태가 빚어진 후 금융권에서는 우량은행의 급격한 추락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순수 민간은행의 전통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따랐다. 경영권이 흔들리는 와중에 관치가 끼어들어 간섭할 공간이 생길 수도 있다는 시각이 그것이었다. 신한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앞두고 그 같은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듯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어제 류시열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차기 회장 후보에 관료 출신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헤드헌터사에 추천을 의뢰하면서 도덕성, 전문성, 신한과의 관계 등 조건만을 주었을 뿐 출신은 관여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류 회장의 말은 '자격 있는 누구도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일반론으로 볼 수 있다. 관직에 몸담았다 해서 무조건 부자격자라고 낙인찍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그동안의 금융권 인사나 시장에 나도는 얘기를 보면 한가한 일반론만을 펼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벌써 신한금융 회장자리를 노린다는 여러 명의 관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현 정권의 경제실세라는 인사도 거론된다. 하나은행, 우리은행까지 포함한 인사 시나리오까지 나돌면서 금융계는 어수선하다.민간자본이 세워 민간 금융전문가들이 정상급으로 키워 놓은 신한은행의 전통은 우리 금융시장의 자산이기도 하다. 경영진 내분이 있었지만 그것이 관치의 빌미가 되거나 관 출신 인사가 한자리 차지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일부 대주주들이 힘 있는 관 출신을 '방패막이'로 쓰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 민간은행이 가진 특장인 자율성, 창의성, 진취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KB금융지주 회장 선임과정에서 빚어진 관치논란의 기억이 생생하다. 신한금융지주의 회장선임은 그런 논란없이 내부 갈등을 씻고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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