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슈퍼마켓, 편의점 등으로 의약품 판매처를 확장하려던 일부 제약사들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한약사회는 최근 제약사 관계자들과 모임을 갖고 일반약 슈퍼판매 논란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약사회 측은 "제도가 바뀌어도 일반의약품을 슈퍼 등으로 유통시키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화제, 진통제 등 소비자들이 흔히 찾는 의약품을 약국 밖에서도 팔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불거지자, 일부 제약사들이 판매전략을 짜는 등 준비해왔다. 특히 소매점 유통망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제약사들에서 움직임이 빨랐다. 한편 이 날 모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말들이 오갔는가에 대해 제약사들은 일체 함구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모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사안이 확대됐다가는 약사들로부터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판매가 허용돼도 초반에는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으로 시장개척에 나설 제약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약사회 측은 모임이 있던 것은 사실이나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동근 대한약사회 홍보이사는 "제약사와의 정기적인 모임이었을 뿐 항간에 떠도는 '소환' 등 성격은 아니다"라며 "동반자 입장에서 약사들이 반대하는 이슈에 제약사들도 동참해 달라는 식으로 당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사들이 실력행사를 할 경우 제약사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당부'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졌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해당 제약사와 아예 거래를 중지하자'거나 '병원처방이 나와도 타사 제품으로 대체해 조제하자'는 식의 의견이 약사 대상 인터넷 공간에서 쏟아지고 있다. 한편 약사들이 제약사의 경영전략에 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4년 박카스의 동아제약이다. 당시 비타500에 밀려 매출이 감소하자 동아제약은 일반의약품인 박카스를 음료수로 전환해 파는 소매점 유통전략을 추진했다. 하지만 약사사회가 들끓고 일어나 동아제약은 이 계획을 포기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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