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의 방미(訪美)를 앞두고 위안화 절상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절상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지만 절상 속도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를 달았다. 전문가들은 미·중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올해에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라도 위안화 절상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 강 인민은행 부행장은 11일 “무역수지 흑자와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해 환율 유연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화가 위안화 절상폭을 제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위안화 절상 가속 요인 = 위안화는 주요 국제 일정을 앞두고 절상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제4차 주요20개국(G20) 토론토회의에 앞서 위안화 환율 유연성 확대 조치가 발표됐고, 제 5차 G20 서울회의 전 위안화 가치는 10여일(11월1일~12일) 새에 0.97% 올랐다. 18일 후 주석의 방미를 앞둔 지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2월30일·31일, 1월4일 3거래일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위안화는 12일 다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중국 인민은행이 12일 고시한 달러-위안 환율은 달러당 6.6128위안이다. 1월부터 시작되는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 역시 중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 G20 워킹그룹 회의를 시작으로 15~16일 G20 재무차관·중앙은행 부총재 회의, 이달 말 교섭대표(셰르파) 회의가 열린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는 2010년 4.697%, 올해에는 5.5057%로 예상된다. 미국이 제안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4%안이 확정됐다면 경고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또한 지난해 중국 외환보유고가 역대 최고치인 2조8500억달러로 집계되면서 국제사회의 위안화 절상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5.1%로, 2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안화 절상의 여지도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화바스켓 대비 위안화 가치는 위안화 환율 유연성 확대조치를 발표한 지난해 6월21일 이후 2.1% 하락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의 다리우스 코왈치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통화바스켓 대비 위안화 가치를 절하해 왔다”면서 “올해 위안화 가치는 5.1% 가량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안화 NDF 시장에서는 향후 12개월 동안 위안화가 2.8% 가량 절상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21명의 전문가들의 평균 절상폭은 4.8%다.클라리덴 로이의 토마스 루츠 애널리스트는 올해 위안화가 달러당 6.0위안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고, 코메르츠은행의 애슐리 데이비스는 달러당 6.32위안으로 전망했다. ◆ 위안화 절상 감속 요인= 위안화는 지난 3개월 동안 유로대비 무려 8.5% 급등했다. 유럽은 중국의 최대 수출지역으로, 유로화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를 절상하게 되면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필립 위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를 큰 폭으로 절상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위안화는 올해 3.9% 절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이 유럽 지원에 팔을 걷어 부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리커창 부총리는 지난 3일 스페인 국채를 추가 매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유로화가 급락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면서 “유럽 국채 매입을 통해 외환보유고 다각화는 물론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절상폭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보였지만, 절상 속도에 대해서는 '점진적'일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픽텟자산운용의 위-밍 팅 아시아채권 담당 대표는 "위안화 절상 속도는 전적으로 중국 당국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조해수 기자 chs9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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