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요. 정말 면목이 없는 일 입니다." 5일 오후.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고위 관료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공정위가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동수 신임 위원장이 취임한지 불과 이틀만에 차관보급 고위 간부의 상습 도박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김 위원장이 '물가관리'에 방점을 찍는 취임일성을 내놓자 정체성을 둘러싼 불만이 고조되는 듯했지만, 이번 사건은 그런 기류를 일시에 잠재우는 계기가 됐다. 조만간 대규모 쇄신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월 중 외부 파견 인력 일부가 돌아오는 등 정기 인사 수요가 있는데다 김 위원장이 취임과 함께 인사 단행 의지를 밝힌 상황, 이번 사건은 조직의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는 명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감사에서 업무 시간에 수차례 강원랜드를 방문해 상습 도박을 벌인 것으로 드러난 해당 간부는 조직 내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뒤 최근 2년 동안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파견돼 있었다. 공정위는 조만간 징계 절차를 밟고 해당 인사를 파면하거나 사직을 권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실무에선 철저한 조사로 끝을 봐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직원들에게도 두루 존경받는 인물이었다"면서 "어쩌다 그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또다른 간부는 이번 일로 공정위에 불똥이 튈까 우려했다. 그는 "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면서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인데다 2년 동안 나가있던 사람이 벌인 일인데, 이 건으로 공정위의 명예가 훼손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청하자 김 위원장은 "회의 일정이 있다"면서 입장 밝히기를 거부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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