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기업인 - 스티븐 그린 HSBC그룹 회장내년부터 영국 통상장관 맡기로민관 아우르는 투자금융 전문가[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한 직장에서 28년을 일했다. 회사가 커가면서 자신의 지위와 명성도 올라갔고 남들이 우러러보는 자리까지 차지했다. 샐러리맨으로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평을 듣던 그의 다음 선택은 '회귀(回歸)'였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관직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세계 최대 금융그룹으로 꼽히는 HSBC의 회장직을 최근 사임한 스티븐 그린은 내년부터 정식으로 영국의 무역·투자업무를 총괄하는 통상장관으로 일한다. 20대 후반 영국 정부의 대외협력사업을 추진하던 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점을 떠올려보면 이같은 행보는 자연스러운 복귀인 셈이다.◆官에서 民, 다시 官으로=이번 G20서울정상회의가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비즈니스서밋 등을 통해 민관공조체제를 가동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기존 정상회의들이 정부 주도 행사라는 단방향 행사에 그쳤다면 이번 비즈니스서밋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민간 중심의 별도 논의기구라는 점에서 양방향 상호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비즈니스서밋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행사기간 동안 120여명의 글로벌기업 CEO들이 참석해 주요 경제사안에 대해 별도의 사전 논의를 거친 후 G20 각국 정상들과도 연계해 각종 현안에 대해 심도있는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스티븐 그린 회장의 민관을 아우르는 경력은 이같은 공조체계를 원활히 작동시키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이사, 회장 시절 아시아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던 그린 회장은 국가간 불균형, 글로벌 금융위기 등 최근 글로벌 경제현안에 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영국에서 나고 자란 서양인이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은행을 이끌면서 동양인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몸으로 익힌 점, 기후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인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촉구한 점 등 그가 보여준 행보는 수익만을 따지고 보는 냉철한 '은행원'보다는 정책의 효과를 고민하는 따뜻한 '입안자'에 가까워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장에서 계약을 따내고 점유율을 높이면 무조건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하지만 사회 전반에 퍼진 이같은 사고방식은 인류의 평화와 사회 결속력을 떨어뜨린다"고 경고했다. 기업이 갖춰야 할 가치관이나 목적, 고유한 철학에 대한 논의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HSBC는 어떻게 중소기업을 돕나=그린 회장이 이번 비즈니스서밋에서 맡은 주제는 무역투자 분과의 소주제인 중소기업 육성방안이다. 글로벌경쟁체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설파하는 일이다.국제시장에서 활동하는 중소기업을 돕는 과정에서 HSBC만의 강점으로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우선 꼽을 수 있다. 경쟁사로 꼽히는 씨티그룹이 북미지역에 편향된 것과 달리 HSBC는 특정 국가에서 버는 수익이 4분의 1을 넘는 곳이 없다.회사가 지난 2002년 정한 슬로건이 '세계적인 지역은행(the world 's local bank)'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세계적인 금융회사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현지화를 가장 중시한다. 그린 회장이 HSBC를 '각 지역의 국제은행(local international bank)'라고 표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같은 현지화 정책은 HSBC 자사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고객인 중소기업들이 해외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유무형의 지원군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 이 회사는 이같은 장점을 앞세워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가운데서도 10% 가까이 고객을 늘려 지난해 기준 320만 기업고객을 두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에 치중하는 다른 은행들과 달리 이 회사는 기업금융업무 가운데 절반 정도를 중소기업에 비중을 두고 있기도 하다.G20정상회의를 바라보는 그린 회장의 기대감은 매우 크다. 사회 초년병 시절,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에 관심이 많아 HSBC에 합류하게 된 그는 일찍이 중국시장에 주목했으며 G20과 같은 다극화체제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그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G7과 같이 특정 경제블록이나 하나의 초강대국이 결정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G20은 금융위기를 비롯해 교역정책, 기후변화 등 인류 전반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최대열 기자 dychoi@ⓒ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