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사망.. 남에서는 슬픔 북에서는 반길일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가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사망했다. 북한에서는 주체사상의 대부로, 남한으로 망명후에는 북권력 비판자로 활동해오던 그가 생을 마감했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황장엽씨의 사망이 자연사로 밝혀짐에 따라 크게 대북관계에 크게 우려될만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갑작스러운 죽음이 당황스럽지만 그의 사망이 가져올 대내외적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망명후 탈북자들의 정신적 지주로 활동해온 황전비서는 1923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김일성대와 모스크바대학 철학부에서 수학한 뒤 1952년 29세의 나이로 김일성대학에서 교단에 섰다. 1059년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역임한 뒤 39세 때인 1962년 김일성종합대 총장이 됐다. 그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거쳐 북한 권력 서열 13위까지 오르는 등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인연이 깊다. 망명 전 그는 당시 후계자 신분이던 김위원장의 백두산 출생설을 퍼뜨리는 등 후계구도 구축과정에서 핵심역할을 담당했다. 김위원장이 김일성대학에 다닐 때 주체사상을 가르쳤던 황 전 비서는 선군사상과 함께 북한의 2대 통치 이데올로기 중 하나인 주체사상의 최고 이론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황전 비서는 수백만명이 굶어 죽는데도 1인 독재 유지에만 급급한 김정일과는 같은 길을 갈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로 있던 1997년 2월 12일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으로 망명으로 한다. 황전 비서는 망명당시 "인민이 굶어죽는데 무슨 사회주의인가"라고 말했다. 반면 그의 망명은 북한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북한측은 다음날 "상상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며, 적에 의해 납치됐다"고 엉뚱한 주장을 폈다.망명이후 그자 자유를 만끽한 것은 아니었다. '햇볕정책'을 내세운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동안 사실상 손발이 묶인채 지내야 했다. 황전비서는 자신의 '회고록'(2006년 10월)에서 햇볕정책에 대해 "적을 벗으로 보고 안심하게 되며 아픔을 잊어버리고 잠들게 하는 마취약이 과연 명약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황전 비서가 그토록 원했던 미국 방문은 망명 6년이 지난 2003년 10월에야 이뤄졌다. 자유로운 외국방문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8년 들어서나 가능했다. 북한은 눈엣 가시였던 그를 그동안 줄곧 '암살대상자 1호'로 지목해왔다. 북한은 황전비서의 망명이후에도 "배신자.도전자들을 역사밖으로 쓸어버릴 것"이라고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망명 신청 5일후 김정일의 조카로 한국에 망명한 이한영씨는 북한 공작원에 의해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피격돼 사망하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그만큼 황장엽에 대한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싶은 인물이었다. 북한의 입장에서 황전 비서의 사망이 오히려 반길수도 있다는 평가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3대세습을 꼬집던 핵심인물이 사망해 내부적으로 반길만한 일"이라며 "문제는 국내 북한 민주화운동을 해온 분들이 구심점을 잃어 아쉽다"고 말했다. 유교수는 또 "활동이 자유로운 시점에 떠나 북한의 후계체계에 대해 영향력있는 지적을 누가 이어갈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송대성 세종연구소장은 "황 전비서의 사망원인이 자연사로 밝혀짐에 따라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 정권에서의 대북기조는 크게 변할 것이 없으며 북한의 입장에서도 3대세습을 좀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기회"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황전 비서는 탈부자동지회, 북한민주화위원회 등의 탈북자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강연과 방송을 통해 북한실상을 알리는데 힘써왔다. 또 대학생을 대상으로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안보강연을 부정기적으로 하고 대북 단파 라디오 자유북한방송에서 '황장엽 민주주의 강좌'란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황씨가 상임고문으로 있던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10일 성명을 내고 "황씨는 북한민주화위원회라는 탈북자단체를 설립하는 등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데 앞장섰다"면서 "고인이 그토록 갈망한 민주화된 북녘 땅이 아닌, 분단의 현장 한켠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게 된점에 애석함을 금할 길 없다"고 애도했다. 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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