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기자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6.25전쟁이 발발한지 60년이 흘렀다. 하지만 시간 지나도 전쟁의 아픔은 우리의 기억과 가슴 속 뿐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 남아있다. 특히 전후 세대들에게 6.25 전쟁의 잔혹함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은 전국 도처에 묻혀 있는 미확인 지뢰들이다. 미확인 지뢰들은 신축 건설현장에서나 지하철 공사장에서, 아니면 하천 바닥 등에서 발견되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군 당국은 미확인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전군에 40개 지뢰처리반을 배치해놓고 있다. 또 지뢰제거작업을 민간업체에도 허용할 방침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15일 "민간업체도 지뢰 탐지 및 수거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뢰제거업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뢰를 제거하는 업체에 종사하려면 국방부 장관이 실시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하거나 지뢰제거 관련 분야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 관련 자격, 학력, 경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군 지뢰전문가들은 민간업체의 지뢰제거작업 참여에 대해 "민간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닐 것"이라고 충고했다.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고도의 기술을 연마한 뒤에라야 불발탄과 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2일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찾아간 육군 2군수지원사령부 예하 제56탄약대대(대대장 신영석.3사 25기) 폭발물처리반(EOD) 체험을 통해 지뢰제거반의 어려움을 소개한다.
56탄약대대 폭발물처리반(EOD)이 담당하는 지역은 서울북부, 하남, 용인, 성남, 양평, 여주, 가평, 수원 등이다. 이 지역을 8명으로 구성된 EOD 1개 처리반이 모두 담당한다. 이들은 포탄발견 신고가 접수되면, 언제든지 출동해야하기 때문에 1개 처리반을 2개조(4명)으로 나눠 24시간 대기하고 있었다.
승용차로 1시간 정도를 달려 연천 폭발물처리장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오후 1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하늘 한가운데 자리잡은 태양은 낮기온을 섭씨 31도까지 끌어올렸다. 임무는 불량탄 폭파로 EOD의 주요임무중 하나였다. 이날 폭발시킬 불량탄은 탄약고에서 탄약검사관들이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4.2인치 조명탄 40발이었다. 무게는 1톤.
탄약을 폭파시키기 위해서는 폭파 대상탄약의 2배에 해당하는 고성능폭탄이 필요하다고 했다. 폭파를 위해 C-4(Composition C-4)폭탄 17kg를 준비했다. 장병들과 함께 움푹 들어간 땅에 삽으로 가로, 세로 각 2m, 깊이 50 cm로 구덩이를 팠다. 여기에 조명탄을 일렬로 나열했다.
일렬로 세워야 하는 이유를 묻자 장 반장은 "조명탄은 자체 폭발력이 없기 때문에 위아래로 놓으면 폭발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EOD대원들은 모든 포탄의 종류와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C-4폭탄을 화약이 담겨있는 도폭선으로 감고 조명탄 위에 올려놨다. 그 위에 흙을 60cm가량 덮었다. 흙을 충분히 덮어야 폭발력을 폭발 대상탄에 집중할 수 있고 파편이 주변에 많이 튀지 않는다. 흙 밖으로 나와 있는 도폭선에 뇌관, 도화선, 휴즈 순대로 연결했다. 휴즈를 당기면 도화선은 40초당 30cm의 속도로 타들어간다. 타들어간 도화선은 뇌관과 도폭선, C-4폭탄을 동시에 터뜨린다고 했다.
이날 준비한 도화선은 1.8m. 휴즈를 당기고 피신할 여유시간이 4분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퓨즈를 당기고 1km밖 관측소로 자리를 옮겼다. 조바심을 느끼는 사이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 관측소에서 가로 세로 15cm가량의 구멍으로 폭파모습을 볼 수 있었다. 0.5초나 지났을까. 귀가 멍해졌고, 철모가 반쯤 벗겨졌다. 폭발 후폭풍의 위력이 대단했다. 밀려오는 바람에 순간 숨도 쉴 수가 없었다.
가슴을 가라앉히고 대테러훈련을 받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56탄약대대는 지난해 10월 군단으로부터 대테러부대로 지정됐다. '텔레토비 옷'이라고 부르는 30kg의 폭발보호복을 장병들의 도움을 받아 입었다. 바지만 입었을 뿐인데 다리가 후덜거렸다. 윗옷을 입자 이마에서부터 땀이 비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헬멧을 쓰고 1분도 채 안된는데도 다리의 힘이 풀려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다.
임무는 가상의 폭탄 앞에 수압을 이용, 물을 쏘는 물포총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불과 10m 앞에 있는 폭탄은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있기도 힘든 자세에서 한걸음 한걸음 움직였다. 헬멧 안에서는 숨소리는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은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했다. 장갑을 벗고 물포총에 점화선을 연결하자 폭탄에 두려움보다 보호복안의 온도를 도저히 결딜 수 가 없었다. 이윽고 물포총은 가상의 폭발물을 산산조각냈다.
장석인 탄약처리관(중사 부사관 99-16기)은 "지뢰제거 작업은 오래된 불발탄이 대부분으로 전문적인 지식없이 건드리면 더 큰 사고를 자초하고 만다"고 지적했다.
양낙규 기자 if@<ⓒ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