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내가 체벌해 봤더니...”

‘체벌금지선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현장 방문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8일 도림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싸인공세에 응하며 활짝 웃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이상미 기자]지난 8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서울 신길동 도림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취임 이후 초등학교로는 첫 방문이었다. 곽노현 교육감은 자신이 직접 자녀들을 체벌해본 경험까지 털어놓으며 체벌금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 곽 교육감,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도 ‘스타’ = 이날 상도초등학교를 거쳐 2시30분까지는 도착한다던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3시5분이 지나서야 도림초등학교에 나타났다. 곽노현 교육감이 학교에 들어서자 흩어져 놀고 있던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은 일제히 곽 교육감에게 달려들었다. 어떤 아이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고 어떤 아이는 싸인 해달라며 소리쳤다. 곽 교육감은 자신의 명함 뒷면에 싸인을 해 달라는 아이들 모두에게 나눠줬다. 그의 명함은 어른용과 아이용이 따로 있다. 아이용 명함의 뒷면에는 '애들아 이젠 걱정하지 마'라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바쁜 시간에 아이들에게 붙잡힌 것이었지만 그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과 사진 찍고 명함에 싸인해 줬다. 그가 이 학교에 왜 늦게 도착했는지 이제 짐작이 갔다. ◆ 민감한 화두 ‘체벌금지’ =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웃음을 터뜨리던 곽 교육감은 곧 '체벌 없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 간담회 자리에 참석했다. 첨예한 문제라 해프닝도 있었다. 간담회 시작 직전에 ‘체벌문제’에서 ‘사교육문제’로 주제가 변경된 것. 하지만 실제 간담회 자리에서는 체벌금지 문제가 단연 화두였다. 간담회 자리에는 교육청관계자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 선생님이 각 4명씩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태숙 학교운영위원장은 "체벌없는 학교 취지에 공감하지만 교육현장에서 속수무책의 상황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 선생님은 "한반에 27~32명에 이르는 아이들을 일일이 훈육하긴 어렵다"며 보조교사나 상담교사 배치 등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 “지원보다 결단의 문제” = 하지만 곽 교육감은 단호했다. '결단'부터 해야한다고 결연히 응답했다. 그는 "더 많은 지원이 선생님들의 손에서 매를 내려놓게 하진 않는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지원과 후속조치 역시 중요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체벌하지 않겠다'는 결단임을 강조했다. 곽 교육감은 "체벌은 가장 손쉬운 생활지도 방법일 뿐이며 체벌을 그만두는 순간 우리는 수많은 대체방법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전문교사나 상담교사 배치문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도움을 받아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이 학교 김영옥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체벌을 대신할 새로운 규약을 만들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지만 체벌없는 학교 만드는 과제를 교사의 역량이나 자질문제로 떠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곽 교육감은 최대한 신중하게, 현장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보완책과 대비책을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응답했다.◆ “체벌해보니.. 어느 순간 감정의 매가 되더라” = 간담회 자리에서 그는 체벌경험과 교육철학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자신도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체벌을 해봤다는 것. 그는 사랑의 매로 시작한 체벌이 어느 순간 감정의 매가 되는 걸 느꼈다고 한다. 아이에게 100% 굴종을 요구하는 자신을 깨닫고 체벌의 문제성을 절감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윤구병 교수의 '잡초는 없다' 책에서 교육이란 '생명을 지닌 것들이 한데 어울려 삶을 잔치로 만드는 놀이'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자신의 교육관을 밝히기도 했다.이에 앞서 곽 교육감은 지난 3일에는 청담중학교를 방문했다. 이 방문에서 그는 "청담중은 강남에서는 '안 좋은' 학교였다"는 농담을 하며 웃었다. 그는 청담중이 원래 학급 당 40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모든 교사가 담임으로 나서면서 학급 당 25명까지 줄어든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상황과 여건을 탓하기보다 스스로 돌파해나가려는 태도를 격려하고 싶다는 것이다. 체벌금지가 앞으로 꼭 나아가야할 방향이라면 지원을 요청하고 우려를 제기하기 보다는 '낙관적 의지'로 돌파해보자는 그의 의견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김도형 기자 kuerten@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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