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풍' 교사가 남긴 상처, 다시 가본 그 학교

▲지난 10일 오전 이른바 '오장풍' 교사가 재직했던 학교 앞. 아이들이 빗속에서 등교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이상미 기자]일명 '오장풍' 교사가 재직했던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지난 10일 오전 다시 찾은 이 학교에는 우산을 쓴 아이들이 등교하고 있었다. 이날 서울을 강타한 국지성 호우로 아침 등교 시간에는 퍼붓는 듯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즐거운 표정이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기자를 보더니 '기자다!'라고 소리치며 깔깔 웃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남은 ‘상처’ = 하지만 풍경의 배면에는 상처가 숨어 있었다. 말을 걸면 웃으며 대답해주던 아이들은 '오장풍' 교사 얘기만 꺼내도 태도가 돌변했다. 6학년 남학생은 몸을 돌리더니 뛰는 듯 한 걸음으로 문구사로 들어가 버리기도 했다. '오장풍' 교사가 담임이었던 한 아이는 발아래만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만 할 뿐이었다. 대화할 때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모르면 모른다고 씩씩하게 얘기하는 다른 아이들과 대조적이었다. 등굣길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오장풍' 교사는 아직도 무서운 선생님이었다. 6학년 남학생은 "옆반 친구들이 예전 선생님은 많이 때려서 싫다고 했는데 선생님이 바뀌고 나서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얘기했다. '오장풍' 교사가 담임 교사였던 한 아이는 마냥 "(담임이 바뀌어서)좋아요, 좋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 동료들의 눈에는 ‘성실하고 좋은 분’ =어른들의 시각은 조금 달랐다. 학교 지킴이의 기억 속에서 오장풍 교사는 젠틀한 사람이었고 선생님들에게는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도맡아하는 헌신적인 교사였다. 문제가 벌어진 뒤의 단순한 ‘두둔’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2009년 이 학교에 부임한 이 교사는 생활지도가 어려운 6학년 담임을 2년 연속으로 자청했다고 한다. 공식적인 업무에서는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통일·소방·민방위 교육을 맡았고 학교 친목회장을 자임하기도 했다.비슷한 규모의 다른 학교 교사에게 물어보니 50대 교사가 그 정도의 업무를 담당했다면 ‘열심히 일하는 분’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학교의 한 교사는 그의 속사정을 전하기도 했다. 전업주부인 부인과 대입 수험생 자녀 두 명을 두고 있으며 노부모를 봉양하고 있다고 했다. 해임이 결정되면 그는 27년 동안 교단에서 생활하면서 확보한 퇴직금과 연금을 거의 대부분 받을 수 없게 된다.◆ “어쨌든 다신 없어야 할 일” = 비교적 조심스러운 교사들과 달리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3학년 아들을 데려다주고 교문을 나서던 학부모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학부모 입장에서 '내 아이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너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학교 구성원 전체가 상처를 입었다고 걱정했다. 그는 "나뭇가지가 한번 꺾이면 바로 붙을 수 없는 것처럼, 상처를 치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아침 내내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을 교통지도 했던 녹색 어머니회의 학부모는 기자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왜 이러느냐"고 되물었다. 학교에 정식으로 얘기하고 오라며 아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몰아세웠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언론들의 자극적인 접근에 학교와 아이들은 상처 받았고 교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는 그의 말 속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읽기는 어렵지 않았다.◆ ‘해임’ 결의.. 마지막 결단만 남았다 = 7월 9일 체벌문제가 불거지고 '오장풍' 교사는 15일에 담임 자리를 물려줬다. 7월 넷째 주에는 직위해제됐다. 그 날 이후로 그를 학교에서 봤다는 아이들은 없었다. 지난 9일 서울교육청 징계위원회는 이 교사에 대한 '해임'을 결의했다. 체벌 사건으로는 가장 높은 징계 수위다. 징계위 관계자는 "징계위원회에서 문제의 동영상을 여러 차례 돌려보면서 교육적 체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해임 의결은 순조로웠다"고 밝혔다. 이 교사를 교단에서 완전히 내리는 '해임' 결정은, 곽 교육감의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해임'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면 곽 교육감은 징계위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

▲지난 10일 오전 이른바 '오장풍' 교사가 재직했던 학교. 아이들이 빗속에서 등교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kuerten@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교육팀 김도형 기자 kuerten@교육팀 이상미 기자 ysm1250@ⓒ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