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완기자
9월 9일 국내 개봉하는 '마루 밑 아리에티'
[도쿄(일본)=아시아경제 고재완 기자]'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이 애니메이션 중 제목을 하나라도 들어보지 못한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일본 '아니메(애니메이션의 일본식 발음)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이다.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들어낸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의 작품들이기도 하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은 일본 국내 뿐 만 한국, 아시아, 미국, 유럽 등 전세계에서 그 작품성과 재미를 인정받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될 수 있었을까. 지난 19일과 20일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리고 스튜디오 지브리가 만들어낸 세상'이 한국 취재진들에게 공개됐다.'마루 밑 아리에티'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왼쪽)와 스튜디오 지브리 대표이사직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
■디지털 세상에도 흔들리지 않는 아날로그적 감성'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이사직(職)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스즈키 토시오 씨는 지난 20일 한국 기자단과 만나 "'스튜디오 지브리'가 3D 아니메를 하는 일을 절대 없을 것이다"라고 못 박았다. 모두 3D를 못 만들어 안달이 난 요즘 이 같은 스즈키 프로듀서의 발언은 다소 충격으로 다가왔다.스즈키 프로듀서는 "지브리는 인간이 수작업으로 해나가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할까 해보고 싶다. 3D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3D를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싫증날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덧붙여 그는 "지브리는 옛 것을 지킨다는 것이 세일즈 포인트이다. 최근 공개한 '마루 밑 아리에티'(이하 아리에티) 뿐만 아니라 많은 작품들이 사랑을 받는 이유도 옛 것을 지키기 때문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인간이 직접 손으로 그렸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며 좋아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이것은 완강하게 고수해 나가고 싶어 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물론 수작업으로 한다는 것은 비용면에서도 굉장히 비효율적인 것이다. 디지털은 기계 하나가 많은 일을 해내지만 수작업 애니메이션은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튜디오 지브리'는 애니메이션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과감히 고비용 구조를 선택했다.'스튜디오 지브리'를 찾은 한국 취재진.
■소박하지만 작지 않은 자부심일본 도쿄도(都) 교외인 고가네시(市)에 자리잡고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 본사는 처음 보면 그 작은 규모에 놀라게 된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라는 것에 어울리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튜디오 지브리'는 소규모다. 3층짜리 건물에 그 흔한 엘리베이터도 없다. '스튜디오 지브리' 해외사업부의 다케다 씨는 기자들에게 "지금의 '스튜디오 지브리'는 새로 입주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물론 고급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 수도 있었지만 기자 여러분들에게 '스튜디오 지브리'만의 따뜻함을 전해드리고 싶어 직접 사무실로 초대했다"고 말했다.그의 말처럼 '스튜디오 지브리'는 작은 규모이지만 힘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3층에 걸친 사무실에는 책상 앞에 앉은 수많은 애니메이터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만큼 '스튜디오 지브리'는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바다가 들린다' '귀를 기울이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마녀배달부 키키'
일본에서 9월말께 100억 엔(약 1400억 원)의 최단기간 최대 수익 기록이 예상되며 화제를 모으고 국내에서 내달 9일 개봉하는 '아리에티'의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는 14년째 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요네바야시 감독은 "14년 동안 이 직장에 다녀서 모든 영향을 지브리에게 받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이나 표현이 내 작품에서도 비슷하게 나온다. 의식하고 그리는 것이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나온다"고 말했다.덧붙여 그는 "디즈니에서는 한사람이 한 캐릭터만 그려낸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애니메이션을 하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디즈니에서 일했던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장면을 모두 그리게 되면 여러 가지 캐릭터를 그릴 수 있고 동기부여도 되고 퀄리티도 더 올릴 수 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