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이 정도면 월드컵 불운이다. 박주영(모나코)이 예상치 못한 자책골로 고개를 숙였다. 대표팀은 17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B조 본선 2차전에서 0-4로 대패했다. 첫 실점은 박주영의 자책골이었다. 전반 17분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크로스가 문전 앞에서 수비하던 박주영의 오른 정강이를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 정성룡이 반응하기도 전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실책이었다. 박주영은 피하거나 걷어낼 겨를이 없었다, 크로스가 날아오는 방향에서 점프한 마르틴 데미첼리스에 가려 공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다. 크로스도 순간적으로 발을 뺄 새가 없을 만큼 무척 빨랐다. 실점 뒤 한국은 수세에 몰렸다. 몇 차례 공격 기회가 왔지만, 박주영의 움직임은 더뎠다. 후반 36분 박주영은 이동국과 교체됐다. 이날 대표팀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 전 평가전에서와 같이 중원을 두텁게 하는 4-2-3-1 전형을 들고 나왔다. 최종 공격수 자리는 박주영의 몫이었다. 박주영은 허정무호 출범 뒤 9골을 넣으며 생애 두 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지난 12일 그리스전에서는 골키퍼와 1대 1상황 등 서너 차례 찬스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활발한 움직임으로 아르헨티나전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박주영 본인도 컨디션을 자신했다. 그는 경기 전 훈련장에서 “원톱이든 투톱이든 골을 넣는데 주력하겠다”며 “아르헨티나의 막강한 공격을 막기 위해 수비에서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활발한 움직임도 수비 가담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자책골을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월드컵 악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주영은 2006 독일 대회 스위스전에서 첫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오히려 선제 실점의 빌미가 된 프리킥을 허용한 장본인이었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트란퀼로 바르네타에게 반칙을 범한 것이 프리킥에 이어 센더로스의 헤딩골로 연결됐다. 4년 뒤 박주영은 유럽무대에 진출하며 명성을 쌓으며 성장했다. 월드컵 개막 직전 해외 언론으로부터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로 선정됐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토록 바라던 첫 골은 자책골이 됐다. 이종길 기자 leemean@<ⓒ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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