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원·달러, 단기저점 찍었나

[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낙폭을 키우기가 만만치 않아졌다. 유럽발 금융위기의 불씨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유로존이 7000억유로 이상의 구제금융기금 마련에 나서고 미, 일, 유럽 등 6개 중앙은행이 미 달러스왑협정을 맺는 등 국제공조 체제가 구축됐지만 시장의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않다. 악재가 불거질 경우 언제든 증시에서 투매가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는 불안이 여전히 잠재돼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유로 반등세를 타고 유로화를 사들였다가도 이내 상승폭을 반납했다. 확실한 호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안심할 수 없다는 시장심리를 반영한 셈이다. 유럽 악재에 대한 대책들이 강구되고 있지만 본격 실행까지 지지부진하게 전개될 경우 또 다른 오버슈팅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세 하락'이 견고하게 작용하던 외환시장 분위기도 바뀌었다. 지난 4월의 1102.6원이 단기저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원·달러 1100원선에 대한 당국의 강한 방어의지를 확인한 상황에서 추가로 하락할 수 있는 룸이 많지 않다는 점도 환율 하락폭 확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날 외환당국은 환율 하락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B>◆유로화, 유럽성장 둔화와 간헐적 위기에 약세 불가피</B>유로화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은행도 유로화에 대해 약세 전망을 내놓았다. 한은 해외조사실 구미경제팀은 이날 '유로화의 미래'라는 자료를 통해 유로화(EMU) 체제는 최근 남유럽 국가부도 위기로 유로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EMU 체제가 근본적 문제점을 안고는 있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독일을 중심으로 제도보완책을 강구하는 한편, 심화된 회원국간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여 EMU체제가 붕괴하거나 유로화가 소멸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유럽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간헐적인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어 유로화가 이전과 같은 강세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시장 참가자들도 금융시장 내에서 유럽의 지위가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당장 재정위기 대책이 나오고는 있지만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유로존의 위기는 중장기로 봤을 때 선진국에서의 이머징으로 큰 파라다임의 이동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럽의 혼란이 미국 시장까지 이어질 경우 다시 글로벌 위기 영향권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국제공조를 통한 해결책 모색이 이어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유로존이 쇠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B>당국 굳건한 개입스탠스..1100원선 쉽게 안내줄 듯</B>무엇보다 환율 저점을 낮추기 어렵게 하는 요인은 외환당국이다. 환율 1100원선에 대한 당국의 방어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유럽 문제가 전세계적인 골칫거리로 떠오른 상황에서 당국으로서는 급등도, 급락도 반길 수 없는 처지다. 여차하면 달러매수 개입 뿐 아니라 매도 개입도 나서야 할 판국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26일 1102.6원을 저점으로 외환당국 개입스탠스, 유로존 재정위기 악재를 바탕으로 지난 7일 1169.5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전고점인 올 2월5일 장중 고점 1177.5원을 깨고 오르지는 못했지만 급변동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이날 기획재정부는 환율 하락이 대세로 정부가 막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윤증현 장관 발언 보도에 대해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최근 유로존의 불안 요소 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환율의 방향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환율이 쏠림으로 급변동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시장안정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B>"환율 하락세 용인 않겠다..시장안정 역할 지속돼야"</B>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27일 공식 구두개입과 실개입을 병행함으로써 1100원 붕괴를 눈앞에 둔 환율에 대해 조정에 나선 바 있다. 외환당국은 정부가 환율 하락을 용인한다고 봐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환율 하락을 용인하지 않되 국내 시장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과 펀더멘털 호조에 따른 하락까지 무조건 막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설사 좋은 펀더멘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100원선을 내줄 상황이 되더라도 급락을 저지하기 위한 개입에 나서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피력한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내 시장 여건이 좋은 상황에서 해외에서도 원화자산을 좋게 보고 있어 당국 개입으로 무조건 흐름을 돌리려 하는 것이 어렵다는 차원"이라며 "한달에 외국인 자금만 8조원~9조원 가량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을 무조건 막기가 어렵다는 것이지 정부가 시장 안정 역할을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그는 "요즘 환율이 벤치마킹하는 부분도 증시, 유로 등으로 변하고 있고 전일 외국인도 주식을 많이 파는 등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역할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급상황, 다른나라 환율, 증시 등을 감안했을 때 이를 건전하게 반영하면 시장에 무리가 없겠지만 무조건적으로 환율이 쏠려 시장 및 심리의 왜곡이 일어날 경우 적절한 시장안정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크지 않고 마켓 메이커가 없는 만큼 당국도 외환시장 플레이어의 하나라는 인식을 갖고 시장의 괴리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정선영 기자 sigum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정선영 기자 sigumi@<ⓒ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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