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부산 녹산산업단지 중견기업 'DSR'

'슈퍼섬유 선박용 로프 기술력, 英·노르웨이와 경쟁 자신있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선박용 로프(rope, 밧줄) 분야에서는 국내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습니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영국, 노르웨이 업체들인데 충분히 경쟁해볼만 합니다."부산 녹산산업단지 내에 있는 DSR은 슈퍼섬유로 선박용 로프를 만드는 중견기업이다. 2만6446㎡ 규모의 공장에서는 500여 명의 직원들이 원사에서 제품인 로프까지 만드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이 회사 김도균 기술연구소장은 조선, 해운 등 해양관련 산업에 자사 제품이 상당한 기술력이 있다고 자평했다. 섬유로 선박용 로프를 만드는 기업으로는 국내에서는 유일하며 전세계에서도 영국, 노르웨이 등 극소수 국가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다.DSR의 주력 제품은 고기능성 합성수지인 초고분자 폴리에틸렌을 활용한 강화섬유 '슈퍼맥스'다. 이 섬유는 기존 로프 원료인 철강보다 10배 이상의 인장강도를 자랑한다. 직경 20㎝의 슈퍼맥스는 1300t의 무게까지 들어올릴 수 있다. 반면 로프 자체 무게는 철강 로프의 10분의 1 수준이다.김 소장은 "슈퍼맥스의 무게는 가볍지만 가격 측면으로 보면 상당하다"면서 "철강 로프보다 5배나 비싸다"고 말했다.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슈퍼맥스는 선박업체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팔리고 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SK해운, 현대중공업 등이 국내 주요 고객사다.김 소장은 이와 관련해 "철강 로프는 무거워 선박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철강 로프의 부담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선박의 뜨는 힘, 즉 부력(浮力)을 높여야 하는데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과 탄소배출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게다가 해양 자원 개발 추세가 심해에서 이뤄지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이 경우 철강 로프를 사용하기란 더욱 쉽지 않다. 김 소장은 "유전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슈퍼맥스 무게만 2000~3000t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이를 전량 철강 로프로 바꾼다면 무게만 10배인 2만~3만t에 이르는 셈이다.다만 슈퍼맥스 원료인 폴리에틸렌은 열과 날카로운 물질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아라미드나 철강과 혼합하는 '하이브리드'제품이 각광받고 있다. DSR의 생산 제품은 직경 3mm에서 300mm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김 소장은 "선박용 로프라고 해도 용도에 따라 제품이 천차만별"이라면서 "그만큼 생산 단계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이 회사는 최근 2015년까지 현재 3400억원의 매출을 1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해양용 로프 시장 뿐 아니라 시장 다변화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최악의 선박 수주로 인해 어려움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또 폴리에스터, 탄소섬유 등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도 전념한다는 복안이다.연구소 한켠에는 폴리에스터 섬유로 만든 직경 210mm 규모의 로프가 전시돼 있었다. 이 제품은 시험단계에 있는데, 코오롱과 공동으로 개발한 해양용 특수원사가 적용됐다. 김 소장은 "앞으로 상용화되면 코오롱에서 전량 공급받게 된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현수교에 사용되는 로프와 같이 토목시장을 뚫는 등 기존 철강 제품을 대체하는 쪽에 주력하겠다"고 사업 방향을 밝혔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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