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게임 마니아들의 관심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단순히 게임만 즐기는 단계를 넘어서 게임을 지표로 관련기업에 투자하고 성과를 거두는 게이머들이 늘고 있다. 게임은 낭비적인 일이라는 일부의 평가는 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명동에서 구두 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모씨는 "그냥 게임이 좋아서 게임을 만든 회사 주식도 가지고 싶었다"며 자신의 투자 이력을 소개했다. 1인칭슈팅게임(FPS)인 스페셜포스의 마니아인 김씨는 클랜(같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사람들의 권유를 받아 지난해 2월 네오위즈게임즈 주식을 매수했다. 그사이 주가는 세배 가까이 상승했고 무상증자의 혜택도 받았다. 대학생 이모씨는 신작게임을 평가해 투자대상을 고르는 타입이다. 그는 교내 주식투자동아리에서 활동하다가 "가장 잘 아는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라"는 워런버핏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이씨는 베타서비스 기간에 게임을 해보고 완성도와 친구들의 평가를 종합해 관련주를 매수한다. 신작출시 소식만 가지고 주식을 매입했다가 손해를 보기도 한 그 였기에 나름의 보완책을 마련한 것. 종합 수익률이 14% 정도 된다는 그는 "스타크래프트2 관련주를 눈여겨보고 있다"며 향후 투자 계획을 설명했다.라이벌 회사의 게임을 분석하다가 이득을 내는 경우도 있다. 모 게임회사 이사는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RPG)인 리니지를 분석하다가 오히려 엔씨소프트 주식을 매수했다. 직접 플레이 해보고 완성도와 게임성, 회사의 재무구조 등을 확인한 뒤 저평가주라고 판단해 2만원대에 사기 시작해 18만원대에 팔아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전언이다. 이밖에 주요 주식사이트에 게임 관련주의 내용을 문의하면 자칭 게임폐인이라는 사람들이 게임의 상품성을 평가하며 매수나 매도를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옥석을 가리는 눈만 있으면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게임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 유저들에게 게임에 대해서 물으며 투자를 결정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게임마니아들이 대상 기업의 상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 성과를 내는 일이 가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주가를 좌우하는 것이 대상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양한 요소를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게임마니아들의 투자가 무조건 성공과 직결 되는 것도 아니다. 김창권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게임이란 제품을 가장 잘 이해하는 투자자들이기 때문에 매출을 예측하고 수익을 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다만 주관이 지나치게 개입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나태열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도 "아는 종목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소신투자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게임을 아는 것과 회사 전반을 아는 것은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펀더멘탈이나 시장의 흐름도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게임의 상품성만 가지고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박지성 기자 jiseo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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