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훨훨' vs 국내은행株 '엉금엉금'

경기회복 속도 차이가 주가 흐름 결정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미 증시에서 씨티그룹의 주가 흐름이 유난히 두드러진다. 지난 11일(현지시각) 씨티그룹은 무려 5.56%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번 주 들어서만 19.43% 급등하고 있다. 씨티그룹을 필두로 하는 미 은행주는 그야말로 날개를 단 모습이다. 특별한 모멘텀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미 은행주는 작은 이슈에 크게 반응하며 미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미 은행주의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것들은 다름아닌 경기회복 시그널이다. 작은 경제지표에도 은행주들은 크게 반응하면서 양호한 경기회복 추세를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 은행주의 흐름은 영 부진하기만 하다.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발표된다 하더라도 별다른 미동이 없을 뿐더러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에도 훨씬 못미친다.국내 대표 금융주인 KB금융만 보더라도 연초 이후 12% 이상의 급락세를 보였는데 이는 코스피지수의 하락률(-1.5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미국 씨티그룹의 연초 이후 상승률이 26%를 넘어선다는 점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해진다. 국내 은행주의 흐름이 미 은행주와 정 반대의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경기회복 속도의 차이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타 국가에 비해 빠른 속도로 경기가 회복하면서 경기선행지수가 꺾이는 상황에 놓인 반면 미국은 여전히 튼실한 경기회복을 이어가고 있고, 상당기간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국내 은행주의 경우 빠른 경기회복을 자랑하던 지난해 초에 증시를 이끈 경험이 있는데, 미국 은행주가 현재 이 과정에 놓여있는 것. 미국에 비해 국내 은행주의 주가가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점 역시 최근의 부진한 흐름에 대한 근거가 된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 은행주가 경제지표에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아직도 장부가 대비 주가가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국내 은행주의 경우 장부가 대비 주가가 1배 전후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0.7배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가격이 서브프라임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미국의 경우 여전히 장부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에 따라 은행주들의 주가 역시 저평가 상태에 놓인 만큼 반응이 빠르다는 설명이다. 국내 은행주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리스크 역시 은행주의 주가 흐름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특히 국내 은행의 경우 대출 성장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기업들은 은행 금리보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다보니 대출을 꺼리는 분위기고, 중소기업들은 대출을 요청하지만 반대로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리고 있다. 자칫 부실업체에 대출을 해줬다가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계의 경우에는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데, 최근 DTI 규제 등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있다보니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은행 수익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예대금리차, 즉 예금과 대출간의 금리차인 만큼 대출이 성장을 멈출 경우 은행의 수익성에도 타격을 입힐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그나마 은행주에 대해 기대를 걸만한 것은 인수합병(M&A) 이슈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이슈 등 업계 재편이 이뤄지는 것이 성장을 멈춘 국내 은행주의 유일한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고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금융위원회가 올해 상반기까지 금융업계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빠르면 여름, 가을 경에는 M&A 추진이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M&A 추진이 본격화된다면 은행주 역시 재차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주가 상승세를 재개한다 하더라도 미국과 같이 전체 증시를 이끌만한 힘을 갖추지는 못할 전망이다. 은행주의 시가총액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70포인트(0.10%) 오른 1658.32를 기록하고 있다. KB금융은 1.35%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신한지주는 1.24%의 하락세를 유지중이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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