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몰아치는 '여풍당당'

자동차·철강 업계도 여성 임원 배출...'유리천장 파괴' 전 직군으로 확산

왼쪽부터 오인경 상무(포스코), 김화자·이미영 이사대우(현대차), 심수옥 전무(삼성전자) 최명화 상무(LG전자).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넥타이' 중심의 재계 문화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여성 임원 영입에 적극적인 전자 업계는 물론 남성 중심의 자동차ㆍ철강 업계에서도 잇달아 여성 임원을 배출하는 등 '금녀(禁女)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여성 파워는 기업의 핵심 사업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여성 임원들의 약진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달 26일 기업인 최초의 교육공학 박사인 오인경(49) 상무를 전격 영입했다. '42년 남성기업'인 포스코가 외부 임원을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그것도 여성 임원이어서 파격이라는 평가다. 오인경 상무는 포스코가 임직원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설립할 글로벌리더십센터장을 맡게 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 포스코의 역점사업이 해외 시장 개척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인재 양성의 책임을 진 오 상무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대표적인 남성 기업인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도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두 명의 여성 임원을 내부 승진시켰다. '현대차 여성 최초의 지점장' 출신인 김화자(55) 현대차 이사대우와 현대차그룹 '첫 30대 여성 임원'인 이미영(38) 현대카드 이사대우가 그 주인공이다. 현대차그룹측은 "김 이사대우와 이 이사대우는 남성 중심의 그룹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적인 리더십으로 기업 문화를 업그레이드시켜가고 있다"고 평가했다.전자 업계에서도 여성 파워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해 말 인사에서 정성미(46)ㆍ조은정(48) 부장을 각각 상무로 승진시켰다. 이에 따라 앞서 외부에서 영입해온 심수옥(48) 전무, 이영희(46) 상무, 하혜승(43) 상무, 조현주(49) 상무 등을 포함하면 삼성의 여성 임원은 모두 7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LG전자도 김진(50) 상무, 류혜정(45) 상무, 조은숙(45) 상무, 최명화(45) 상무, 이지은(41) 상무 등 총 5명의 여성 임원이 활약하고 있다. 통신 부문도 여성 임원이 많은 편이다. 통신 상품을 결정하는 고객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통신사들이 여성 임원을 적극 영입하기 때문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취임 후 기업ㆍ고객ㆍ홈고객부문 전략본부장에 이영희(52)ㆍ양현미(47)ㆍ송영희(49) 전무를 배치하는 등 여성 인재 활용에 앞장서고 있다.하지만 금녀의 벽이 여전히 높은 직군도 있다. 은행은 업무 특성상 여성 직원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나 보수적인 분위기로 임원 승진에서는 여성이 배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주요 시중 은행 가운데 여성 임원은 권선주(54) 기업은행 외환사업부장이 유일하다.미국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여성 임원이 3명 이상 포함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남성 중심의 리더십과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능력 있는 여성 인력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자동차철강 등 남성 중심의 중공업이 최근 여성 임원에 문을 연 것처럼 '유리천장'(기업 내 보이지 않는 여성들의 승진 제한선)이 깨지는 현상이 다른 직군으로도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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