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충무로에 가뭄주의보가 내렸다. 영화 '의형제'가 닷새 만에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앞서 개봉한 '하모니'가 150만을 넘어섰는데 웬 말이냐고? 문제는 그 이후다. 각 배급사들은 설 이후부터 봄까지 개봉할 한국영화들이 마땅치 않아 골치다. 설 연휴를 맞아 개봉한 국내 영화는 총 세 편. 송강호·강동원 주연의 '의형제'가 설 연휴를 한 주 앞둔 지난 4일 개봉했고, 한 주 전인 지난달 28일 김윤진·나문희 주연의 '하모니'와 김정은·진구 주연의 '식객: 김치전쟁'이 공개됐다. 세 영화는 열거된 순서대로 쇼박스,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고 있다. 이들 업체는 국내영화 3대 투자·배급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영화 배급사 중 점유율 39.2%를 기록한 CJ엔터테인먼트는 '하모니'에 이어 18일 지진희·이종혁 주연의 스릴러 '평행이론'을 개봉하지만 쇼박스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후속작이 3월까지 준비돼 있지 않다. 독립영화 '채식주의자'도 있긴 하지만 '의형제' 흥행의 뒤를 이을 2월 한국영화는 '평행이론' 단 한 편뿐인 셈이다. 한국영화의 가뭄은 3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평행이론'의 뒤를 이을 영화는 3월 18일 이후에야 등장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제2의 '마파도'로 불리는 '육혈포 강도단'을 개봉하고, N.E.W.가 감우성 주연의 '무법자'를 같은 날 내놓는다. CJ엔터테인먼트는 류승룡·이동욱·이요원 주연의 '된장'을 3월 중 개봉할 예정이며, 쇼박스는 4월까지 개봉할 한국영화가 없다. 배급사 시너지는 유지태·윤진서 주연의 '비밀애'를 3~4월께 개봉할 예정이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쇼박스 측은 개봉 닷새 만에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한 '의형제'의 흥행이 3월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3월 18일까지 끊겨 있는 한국영화의 맥을 이어줄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2, 3월 충무로의 갈증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배급사 관계자들은 한국영화의 기근이 4월 이후부터 풀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김주혁·류승범 주연의 '방자전', 박희순 주연의 '맨발의 꿈', 권상우 주연의 '포화 속으로', 강우석 감독의 '이끼' 등이 7월까지 개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충무로의 보릿고개에 대해 배급사 관계자들은 비수기라는 시기적 요인과 함께 최근 2~3년간의 투자 위축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 메이저 배급사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한국영화 수익률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메이저 투자사들과 부분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면서 투자 환경이 악화됐다"며 "그 여파가 올 상반기에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봉준호·최동훈·박찬욱·윤제균·김용화 등 스타감독들의 영화가 지난해 모두 개봉해서 올해는 이준익·강우석 외에 흥행 감독의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예년에 비해 올 한해 전체적으로 충무로에 힘든 한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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