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무너진 사회 교육을 다시 세우자②] '나와 안놀아주는 친구들에 복수할것'

학교 겉도는 아이들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위기 학생들이 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경호(가명)는 누가 자신의 몸을 건드리기만 하면 주먹을 날린다. 주변에 친구가 있을 리가 없다. 경호는 왕따다.  # 6학년 성현(가명)이는 밤새도록 인터넷을 하고 학교에서는 종일 잠만 잔다. 아이가 밤에 무엇을 하는지 살피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과 잘 놀아주지 않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는 담임교사의 물음에 성현이는 "당연히 나중에 복수하겠다"고 말한다.  학교생활 자체에 적응하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이 늘고 있다. 현장의 초등학교 교사들은 한 학년에 몇 명씩은 통제하기 힘든 아이들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에게는 공부가 문제가 아니다. 사교육이나 입시 경쟁 등의 이슈보다도 학교의 질서에서 아예 튕겨져 나가는 아이들의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서울의 모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박모 교사는 "저런 아이들이 '왕따'가 되거나 아니면 비행 청소년으로 자라서 결국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불행하고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담임교사 입장이면서도 뜻대로 바로잡을 수가 없다는 자괴감에 빠진 교사들도 많다고 했다.◆ 공부말고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이야기하면 교사들은 가정에 대한 문제를 빼놓지 않았다. 생활 문제는 기본적으로 가정 교육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교사들 사이에선 농담 아닌 농담으로 '문제 학생 뒤엔 문제 부모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충청도 한 초등학교의 5학년 담임 김모(26) 교사는 "직접 경험해 봐도 그렇고 주변 교사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눈에 띄게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가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흔한 사례들을 떠올려 봐도 가정에서 보살핌을 잘 받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 과도한 행동으로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집에서 교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된다고 그는 말했다.  결국 가정문제가 가장 중요한 동시에 해결책이 어려울수 있는 요인인 셈이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의 교사 정 모(28)씨는 "학부모와 상담 하는 방법 등으로 쉽게 해결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부모가 없는 가정이나 편부모 가정도 많고 자녀의 교육에 큰 관심이 없거나 생계 문제로 자녀에게 관심을 쏟을 수 없는 부모들도 많은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는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아이를 바로잡기가 상당히 어렵다는게 일선 초등학교 교사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아이들 중에는 질환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엔 꽤 알려진 ADHD(주의력결핍ㆍ과잉행동장애)가 대표적이다.  서울 한 초등학교의 나모(30) 교사는 "ADHD를 심각하게 앓고 있는 경우 담임교사로서도 손을 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반복적으로 다른 행동을 하면서 선생님의 말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많이 돕고 싶지만, 쉽진 않네요=초등학교 교사들은 교사의 노력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 교사는 "학교 생활에 적응 못하는 아이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지는 교사들이 분명히 있다"며 "그런 분들을 보면서 힘들어하는 애들을 더 감싸줘야겠다는 생각을 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신도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관심을 쏟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 개개인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사실이고 토로했다.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고 싶은 마음이야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수업도 진행해야 하는데 특별히 한, 두 명에게만 시간을 할애하기는 쉽지 않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 교사도 "초등학교마저도 학습 지도 압박이 상당해서 특정 학생의 성격ㆍ인성 교육에 많은 것을 투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서도 '0교시 수업'을 감행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학력 신장에 초점을 맞춰가는 추세라 더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동국대학교 조벽 석좌교수는 "지금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며 병이 나기 전에 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위기학생 수가 지금도 상당히 많은데 앞으로 10년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대부분 가정 붕괴 등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이런 가정이 지난 10년 사이에 급증한 까닭이다. 또 문제가 있는 가정이 아니더라도 여기저기에 맡겨서 기르는 등 불안한 상황에서 자란 아이들이 급격히 많아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학교와 사회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방치해 두면 자라면서 어떤 사회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모 교사는 "그런 아이들을 보면 불쌍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심지어 자신에게 욕하고 대드는 아이들도 있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이기에 연민스러울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모습 등이 섬뜩할 때도 있다"며 "교사들과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kuerte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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