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중 기초과학학회협의체 회장(충남대 교수) 기고
윤민중 교수
최근 '세종시 원안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수정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주제의 TV 토론에서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과학비즈니스벨트가 그동안 정치적 이유로 발목이 묶여 사업추진이 불명확하던 차에, 이제라도 국가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적이고 지역적인 이슈 때문에 국가적인 과학사업의 취지가 잊혀져가는 것은 매우 우려된다.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과학비즈니스벨트에 관한 토론에서 정작 패널로 나선 과학자는 단 한명에 불과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바라보는 언론과 정치계의 시각이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국가 백년대계를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맡긴다면서 정작 논의의 중심에서 과학은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사실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을 준비하며 정부는 독일 드레스덴 등의 성공을 국내에 재현시킬 방법을 찾으려 애썼고, 이명박 대통령이 유럽 입자물리연구소 등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렇게 차근차근 준비된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지난해 2월 국회에 법안까지 제출됐고, 사업의 시작을 지켜보며 기초과학의 혁신적 발전을 기대하는 과학자로서 내심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법안 제출 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녹색 및 융·복합 산업시대에 대처하는 원천기술의 선점 등 우리나라의 미래를 고려하면 어느 민생법안 보다 시급하지만 법안 통과가 늦춰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세종시 논란에 휩싸여 제대로 논의도 안 된 채 해를 넘기고 말았다.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성공을 바라는 과학자로서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지켜봐야만 하니 속이 탄다. 지난해 7월 과학자들의 모임인 '전국 자연과학대학장 협의회'와 '기초과학학회협의체'가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또 과학비즈니스벨트와 관련된 공청회나 토론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하지만 소수의 힘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대개 과학자들은 시간에 쫓겨 정치적 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지난 수십 년간 잘못된 과학정책에 목소리를 높일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 문제에 있어서는 반드시 전 과학계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추진 과정 하나하나를 주시해야 하고, 언론과 정치계는 그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조성에만 몇 년이 걸리는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지금 때를 놓치면 그대로 공중분해가 될 수도, 당초 목표와는 달리 국내 여느 과학단지처럼 축소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과학도지만 우리나라 기초과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과학비즈니스벨트가 하루빨리 추진됐으면 한다고 의견을 피력하던 대학원생의 얼굴이 문득 떠오른다. 본격적인 과학도의 길을 걷기도 전에 과학계의 힘든 현실과 맞닥뜨리게 한 것 같아 기성 과학자로서 부끄러울 뿐이다. 자라나는 후배 과학도들을 위해서라도, 과학자들의 단합이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과학계 인사들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 제정과 조속한 추진을 한마음으로 외칠 때다.기초과학학회협의체 회장 윤민중 교수 mjyoon@cnu.ac.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보과학부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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