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 날 서울 인사동을 찾았습니다. 추운 날씨였지만 인사동은 붐볐습니다. 오랜만에 민속 공예품들을 구경하며 이곳저곳을 둘러봤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호랑이 공예품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특히 백호를 희화화한 작품들도 많이 나와 있었고 이를 찾는 고객들도 크게 늘었다고 공예품점 주인이 전합니다. 간단한 휴대전화 줄에서부터 열쇠고리, 장식품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열되어 있었습니다.호랑이는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하는 동물 중 하나입니다. 육당 최남선은 ‘중국의 용, 인도의 코끼리, 이집트의 사자처럼 조선에서 가장 신성한 동물로 첫째가는 것이 호랑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에도 유독 호랑이가 자주 등장합니다. 때론 용맹함으로, 때론 의로움으로, 때론 어수룩함으로 호랑이는 우리나라 설화와 민담 속에서 우리와 함께해왔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도 ‘호돌이’였습니다. 호랑이는 재앙을 몰고 오는 포악한 맹수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악한 잡귀를 물리치는 영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예부터 매년 정초가 되면 궁궐을 비롯해 일반 민가까지도 호랑이 그림을 대문에 붙이고 나쁜 귀신을 막는 풍속이 있었으며 대나무와 소나무, 매와 까치 등과 결합하면서 길상의 의미인 장수, 축귀, 산신의 사자 등 의미로 사용되곤 했습니다. 특히 백호는 청룡, 주작, 현무와 함께 사신도에 등장하는 네 가지 신성한 동물 중에 유일하게 실존하는 동물로 하늘의 서쪽을 지키는 수호신이기도 합니다. 백호는 황갈색을 띤 보통 호랑이와는 달리 흰털 바탕에 초콜릿색의 줄무늬를 띠고 있으며 황색 호랑이에 비해 성질이 온순해 웬만해선 상대방을 먼저 공격하는 일이 없고 다른 맹수들에 비해 형제간의 우애도 두텁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14마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예언가들은 올해를 상당히 강한 에너지가 흐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강한 힘으로 경제 회복세를 배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정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자연히 이해집단 간의 충돌도 발생하고 남북문제와 정치권의 여야 대치상황이 어느 해보다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를 먼저 공격하지 않는 백호의 상대적 온순함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한다면 예전의 촛불시위와 같은 불상사는 재연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신년대담에서 “올해는 어느 해보다 거센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소통과 설득을 통한 사회 통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정치인들은 완전한 승리를 바라지만 정치에는 완전한 승리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며 서로에게 설 땅을 만들어주는 조화로운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조 전 부총리는 주희가 공자를 가리켜 한 말로, 옛 성현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후세에 가르쳐 미래를 연다는 계왕개래(繼往開來)의 예를 들며 단순히 과거 지식을 계승하는 데 그치거나 미래를 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고 미래를 열더라도 단절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지낸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도 신년 대담에서 새해는 ‘관심과 칭찬’에 더욱 후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강 회장은 “남이 잘되도록 도와주고 관심을 가져줄 때 결국 자신도 잘될 수 있다”며 "우리 사회의 ‘진정한 리더십은 관심에서 나오고 칭찬과 배려가 이 사회에 희망과 감동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지난해 어려운 경제 상황을 딛고 어느 정도 회복세에 들어간 만큼 남에 대한 배려와 관심으로 보다 따뜻한 사회가 돼야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용맹과 의로움을 상징하는 경인년을 맞아 기업들도 ‘공격 경영’과 ‘윤리 경영’을 앞세우고‘글로벌 시장 개척’이란 도전을 한결같이 목표로 제시했습니다.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올해를 ‘새 역사를 창조하는 해’라고 전제하고 “위기 이후 격변이 예상되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대응하고 한층 격화될 판매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해 글로벌 선두권 업체로서 위치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올해는 글로벌 성장엔진을 본격 가동하는 원년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가속화하는 ‘극기상진’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0년간의 성장을 이어 나갈 새로운 동력을 발굴하고 중동과 중남미, 아프리카까지 새 시장을 개척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신년 아침 한 해를 설계하는 마음은 기업이나 개인 모두 각별합니다. 예기치 않은 눈폭탄으로 설설 기는 첫날을 맞았지만 백호의 기지와 용맹으로 성취하고 소통하고 화합하는 성숙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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