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우경희 기자]산에서 호랑이를 마주친 옛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대목은 바로 그 형형하고 신비스런 안광에 압도돼 도망갈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다. 호랑이의 눈이 빛을 발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호랑이는 어둠속에서도 사물을 구분하기 위해 눈으로 받아들였던 빛을 반사시켜 다시 한 번 쏘아낸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경인년 새해 60년만에 돌아온다는 백호(白虎)띠의 해를 맞아 재계도 호랑이 닮기에 한창이다. 특히 '호랑이의 눈(虎眼)'은 올해의 키워드이다.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몰아친 금융위기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될 올해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은 한치 앞의 전망이 어려운 암초 투성이기 때문이다. 장애물을 피하고 넘을 호랑이의 눈이 절실한 상황이다. 과제는 산적했다. 가전 시장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3D TV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들과의 혈투가 예상된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이면서도 시스템반도체 생산능력이 없어 반쪽짜리 1위로 평가받고 있는 반도체 업계에도 레벨업이 필수다.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완성차업계는 기존 강자들의 장벽을 뚫어야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부여받았으며 중국의 맹추격 속에 수주가 뚝 끊긴 조선업계에도 해법찾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 술 더 떠 전문가들은 우리의 '추격형 경제모델'이 한계에 부딛혔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10% 안팎을 자랑하던 경제성장률은 수년째 5% 미만에 머무르고 있으며 금세 돌파될 것으로 여겨졌던 1인당 국민소득(Per Capita GDP) 3만달러의 벽은 이제 '구호'가 됐다. 그러나 기운빠질 필요는 없다. 어느 반도체업체 CEO의 말 처럼 "실력을 갖춘 자에게 위기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이 눈 속에 잔뜩 움추렸다가도 한 차례 도약으로 제 몸의 세 배 이상을 뛰어넘는 호랑이와 같은 힘을 모은다면 새해는 대한민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원년이 될 것이다. 새해, 백호처럼 용맹하게 내달릴 우리 경제를 기대한다.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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