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백년대계]⑤국가가 보육 책임져야 선진국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리서치전문회사 마크로밀코리아가 최근 전국 24~3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자녀를 2명 이상 낳고싶다'고 답했다. 나머지 29%는 '낳지 않거나 1명만 낳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응답자의 60%는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2명 이상 자녀를 둔 기혼 응답자들은 양육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양육비ㆍ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79.7%)을 지적했다. 주영욱 마크로밀코리아 대표는 "이번 리서치 결과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한 것은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출산의 걸림돌인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부의 정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보육을 지원하겠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관련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료 전액 지원대상은 당초 내년에 60%까지 늘릴 예정이었지만,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예산부족을 이유로 지금처럼 50% 수준에 머물게 됐다. 더욱이 내년부터 맞벌이 가구에 대해 부부소득 가운데 낮은 소득의 25%를 차감해 총가구소득을 산정하는 방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 대상자가 2만명에 불과하다.서문희 육아정책개발센터 기획조정연구실장은 "보육료 전액 지원대상을 현재 50% 수준에서 60%까지 확대하고, 맞벌이 가구에 대한 지원도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면서 "가정에서 보육할 때 필요한 점을 파악해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유럽 등 선진국은 보육에 대한 지원에 힘을 아끼지 않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공공보육서비스와 육아휴직제도로 유명하다. 특히 12세 미만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국공립보육시설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종일제 보육을 제공한다. 일본은 1994년부터 엔젤플랜이라는 정책을 통해 보육은 물론 저출산, 여성 일자리 등을 총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각국의 노력은 '보육=미래경쟁력'이라고 인식하고, '국가가 보육을 책임진다'는 중장기적인 정부 아젠다를 세운 데에 따른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이런 맥락에서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보육정책을 정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서울시는 지난 3월 '서울형 어린이집'을 도입, 1164곳의 보육시설을 지정했다. 서울시는 이 달까지 2395곳으로 늘릴 방침이다.이 가운데 민간시설은 1760곳이다. 서울시는 어린이집의 환경을 개선해주고, 교사급여 등을 지원하는 대신 어린이집은 시간제, 야간, 공휴일, 시간연장 보육중 하나를 선택해 맞춤보육을 제공하고,어린이집은 안전사고에 대비해 주치의를 지정하고, 급식 내용도 공개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서울형 어린이집이 관심을 받는 것은 민간에 맡겼던 보육시스템을 정부 시스템으로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려면 부지 확보 등에 막대한 예산이 들고, 민간시설 원장들의 원성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민간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이에 대해 관리를 강화하면서 준공립 어린이집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동윤 서울시 가족보건기획관은 "민간시설 보육료가 낮아지고 보육의 질은 높아졌다"면서 "시행 첫해인 만큼 문제점을 보완해 새로운 보육정책의 모델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와 관련,보건복지가족부 권덕철 보육정책관은 "서울시의 시도는 지자체가 보육정책을 위해 할 수 있는 새로운 성과물로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활용할 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만 예산문제와 지원하는 어린이집이 크게 늘어날 때 정부가 어떻게 관리ㆍ감독할 지 등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끝>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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