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승현] 대검찰청이 최근 김준규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1500여 명의 검사로부터 자신의 출신지와 출신 고교를 인물 정보로 활용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요청서에 서명을 받은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전체 검사(지난해 말 기준 1752명)의 약 86%가 서명을 한 것이다. 이는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 8월 취임한 뒤 첫 번째 기자 간담회에서 “검찰 내외의 인물 정보 자료에서 검사의 출신지와 출신 고교를 삭제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대검 기획조정부는 검사들의 동의서를 취합해 법조인대관(법조 인물 정보 책자)을 발행하는 법률신문에 전달했다. 지난 9월 발간된 법조인대관 중 김 총장의 인물 정보란에는 출신지역과 출신고가 삭제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검사는 해당 데이터가 그대로 남아 있다. 김 총장은 법률신문사 측에 검찰총장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자신의 출신지와 출신고교를 없애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수 대검 기조부장은 “검찰 인사 등에서 인품과 실력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검사들의 자발적인 동의를 받았다” 고 설명했다.◆실효성 여부 놓고 논란=검사들의 인사를 관리하는 법무부 자료에는 여전히 검사들의 출신지와 출신고교가 기재돼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법무부의 일부 간부는 김 총장의 이 같은 방침에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검찰 인사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온 지역 안배를 무조건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검사들을 상대로 한 서명을 놓고 법무부와 검찰이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소속 검사와 해외 파견 검사들에게 동의 여부를 묻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최근 “열심히 일하는 검사가 우대받을 수 있도록 검찰 인사시스템을 바꾸겠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을 뿐 김 총장의 방침에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법무부의 한 간부는 “검찰의 인사와 관련된 것은 엄밀히 법무부 소관”이라며 “김 총장이 ‘오버’를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대검은 인물 정보를 다루는 각종 인터넷 업체들에도 검사의 출신고 등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어서 이에 따른 언론·출판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국민수 부장은 “검사가 공인인 만큼 인물 정보 업체가 취득한 개인 정보를 무조건 삭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해당 업체들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또한 고위 공직자들의 신상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 총장이 취임 후 각종 개혁작업을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면서도 “김 총장이 앞장서 파격적인 것만 고집할 경우 오히려 검찰 조직에 대한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김승현 기자의 블로그 //blog.joins.com/sunc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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