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유명세를 탄 호주의 에어즈락(울룰루) 모습. 사진 출처= www.mulgas.com.au
#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만난 사쿠타로와 아키는 워크맨으로 음성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조금씩 사랑을 싹틔운다. 하지만 둘만의 첫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아키는 갑자기 쓰러진다. 사쿠타로는 점점 약해져가는 아키를 위해 그녀가 늘 꿈꿔오던 '세상의 중심(울룰루)'으로 그녀를 데려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아키는 비행기를 타지도 못한 채 공항로비에서 쓰러진다. 사쿠타로는 아키의 유언대로 호주 '울룰루'의 바람에 아키의 유골을 뿌려준다.〈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中〉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포스터
호주 한가운데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평평한 바위덩어리. 영어 이름으로 '에어즈락(Ayers Rock)'이라 불리는 이 거대한 바위의 원주민식 이름이 '울룰루(Uluru)'다. 이 바위는 '그레이트 오션 도로(Great Ocean Road)'와 함께 호주 관광엽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여주인공 아키가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세상의 중심'으로 유명한 곳이다. 사실 이 바위는 단순한 관광 명소 이상의, '종교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곳이다. 호주대륙이 백인의 침략을 받기 이전부터 오랜 세월 원주민들에겐 '경외의 대상'이었던 것. 실제로 울룰루에 가서 지평선 끝에서부터 피어나는 거대한 그림자를 보게 되면 누구라도 자연의 위대함에 무릎 꿇고 기도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 들 정도로, 웅장한 모습을 갖췄다.
울룰루 원주민 모습. 사진 출처= www.mulgas.com.au
지금도 울루루에 가면 이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신으로 숭배하는 원주민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신(神)을 보러온 관광객들을 절대로 반기지 않는다. 오히려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 일쑤다. 그도 그럴 것이 관광지화 된 '울룰루' 곳곳에는 보기 흉한 레일이 설치돼 있다. 암벽등반 하듯 이 레일을 잡고 올라가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해마다 수만 명에 달하는 ‘이방인’들이 자신들의 신을 짓밟고 올라가니 원주민들로써는 탐탁지 않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 관광객들이 자발적으로 원주민들의 관습과 문화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울룰루 정상에 올라가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자신들의 '창세신화'나 '문화'를 관광객들에게 설파하는 원주민들도 생겨났다. 이런 측면에서 울룰루는 '화해와 타협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울룰루의 상징성을 생각해 보면 '세상의 중심'의 여주인공 아키가 찾고자 했던 것은 단순한 남녀사이의 사랑이 아닌, 이질적인 것들의 아름다운 조화가 아니었을까? 울룰루에서 펼쳐진 다른 문화간의 반목, 그리고 화해의 모습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외치기에 부족함이 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글= 김준용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부산 출신으로 펑크음악과 B급 영화를 즐기는 김준용 씨는 한국의 도시 소음과 매연을 견디지 못해 도피유학을 결심했다. 딴지 관광청 기자로 재직하면서 필리핀과 호주의 오지만 골라서 돌아다닌 준용 씨는 요샌 득달같이 덤벼드는 호주의 파리 떼와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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