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법원 시대의 변화 수용하기 시작했다"법원, 급발진사고 판매업체 입증책임 첫 판결의뢰인의 열정ㆍ진실규명 사명감이 승소 원동력[아시아경제 이승국 기자] "보수적인 법원이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수입차 판매사를 상대로 제기한 차량급발진 사고 '자동차 지급 청구 소송'에서 사실상 국내 최초로 승소를 이끈 강신업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26일 이번 소송의 의미를 이 같이 표현했다. 사실 급발진 사고 소송은 변호사들이 잘 맡으려고 하지 않는다. 수익은 고사하고, 변호사 선임료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 대표 역시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의뢰인의 열정과 진실된 호소에 마음을 바꿔 진실 규명에 발 벗고 나섰다. 강 대표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의 말에 대해 친구는 물론, 가족도 믿어주지 않아 거짓말쟁이가 되기 싶다. 의뢰인도 억울함을 호소해왔지만 승소가능성이 희박하고 대법원까지 가야하는 긴 여정임을 설명했다"면서 "그러나 의뢰인도 진실을 밝혀달라고 강력히 요구했고 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사건을 맡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1년여 전인 2008년 7월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의뢰인은 이날 8일 전에 구입한 벤츠 E220을 몰고 평소처럼 빌라 지하주차장을 빠져 나와 골목길을 천천히 운전하고 있었다. 평소 사람들도 많고, 꺾어지는 5거리 골목길이라 저속으로 운전했지만, 차량은 갑자기 굉음을 내며 급발진, 2초 만에 20여m를 달려 맞은 빌라 벽을 들이받았다. 목숨을 건진 게 다행일 정도였다. 강 대표는 "의뢰인과 함께 현장을 가봤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의뢰인의 태도에서 진정성을 느꼈고, 정황상 급발진이란 확신이 생겼다. 현장 확인의 중요성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전했다. 이 때부터 강 대표는 재판부에 운전자의 과실이 없다는 것과, 기계의 결함 가능성을 집중 제기했다.그는 "운전자가 40년 이상 운전하면서도 특별한 사고가 없었고, 사고 장소를 3000회 이상 다니면서도 접촉사고 한번 없었다는 점과, 운전자의 운전 습관, 사고현장의 상황과 조건, 굉음을 들었다는 목격자의 진술 등을 재판부에 적극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제작사 측은 소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기계 결함은 없다는 사고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원고측)도 운전자의 실수가 아님을 입증했으니 제작사측도 운전자가 엑셀을 밟았다는 주장에 대한 입증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대표가 재판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바로 재판부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소송에서는 운전자(원고측)가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했기 때문에 이번 재판부 역시 당연히 운전자가 사고원인을 밝혀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아무래도 법원은 보수적이다. 법원이 변화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다"면서 "자동차의 결함이 있어야만 승소할 수 있는데 사실 이를 입증할 수는 없기 때문에 승소를 위한 접근방식을 두고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자동차가 완벽할 수 없다는 전제를 재판부가 인식하게 만들어야 했다"면서 "재판부는 아직도 피고(제작사)측에서 '우리차는 결함이 없다. 있다면 원고측이 입증해봐라. 입증을 못하니 결함 없는 것이다'는 사고방식에서 법원도 자유롭지 못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러나 강 대표는 재판부가 '입증 책임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역이용했다. 그는 "의뢰인이나 변호사 모두 자동차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의 결함을 밝히긴 힘들기 때문에 제작사 측에서 결함이 없다는 것을 설명해야 하지만 그들에게는 입증 책임이 없다 보니 굳이 입증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재판부에 제작사 측에서도 입증 책임을 떠나서 자기들은 왜 급발진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지 그 논리를 얘기하도록 요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대표의 전략은 적중해 지난달 30일 법원은 원고측의 손을 들어줬다. 게다가 불성실한 피고측의 태도도 재판부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한 몫 했다.소송 진행과정에서 원고를 거짓말쟁이 혹은 비도덕적으로 대할 뿐 아니라 '지금까지 다 이겼으니 이번에도 당연히 이긴다'는 듯한 태도가 오히려 재판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강 대표는 "과거 운전자의 거짓말 혹은 진정성 없는 말로만 듣던 급발진 사고의 가능성을 정면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면서 "작은 물꼬를 튼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자동차 회사에서 진지하게 자신들 자동차의 급발진 가능성을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왜 수동기어 자동차에서는 급발진이 없고, 자동기어 자동차에서만 발생하는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강 대표는 "급발진 사고를 당했다면 운전자들은 꼭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사고 현장 사진을 촬영하는 등 현장에서 확보 가능한 물적 증거를 확보함과 동시에 경찰ㆍ자동차 제작사ㆍ보험사에 연락해야 한다"면서 "특히 급발진 사고는 굉음이 발생하므로 최소 2명 이상의 목격자도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재판부에 "급발진 사고는 목숨과 직결되거나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면서 "원고측이 피고측에 비해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도 고려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대법원에서 승소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단지 의미 있는 사건ㆍ소송을 위해 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고가 발생한 벤츠를 판매한 한성자동차 측은 지난 8일 항소했다. <강신업 대표변호사 프로필>▲1982년 충북고등학교 졸업▲1991년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졸업▲1998년 고려대학교 문학박사 수료 ▲1993년~1998년 고려대학교 강사 ▲1996년~1998년 김영편입사 영어과 교수▲1999년~2000년 태학관법정연구회 교수 ▲2004년 신림동 베리타스법학원 형사법 교수 ▲2004년 사법시험합격▲2006년 사법연수원 수료 ▲2007년 강신업 법률사무소 개업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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