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석기자
로또 당첨금 때문에 고민하는 대통령 이순재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 중 한 장면)
'흑수선'은 당시로선 꽤 많은 제작비인 50억원이 투입됐으나 흥행에 실패해 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에 큰 타격을 안겼다. 여기에 유지태·김지수·엄지원 등 스타배우들이 캐스팅된 '가을로'마저 흥행에 실패해 부산영화제 개막작은 흥행이 되지 않는다는 징크스는 더욱 굳어졌다. 한국영화로는 3년 만에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영화제 개막식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데 일조하며 흥행에서도 좋은 기록을 거둬 부산영화제 개막식 징크스를 깼다. 부산영화제로서도 다른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던 해외영화나 화제성이 떨어지는 국내영화 대신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는 대중적인 국내영화를 개막작으로 상영함으로써 영화제 초반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 정치영화의 한계를 넘다'굿모닝 프레지던트'이 지니는 또 다른 의미는 국내 정치영화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한국 영화사에서 대통령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은 많지도 않을 뿐더러 '그때 그사람들'처럼 심각하거나 '피아노 치는 대통령'처럼 가벼운 작품들뿐이었다. 현실과 판타지를 교모하게 배합한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이상형의 대통령을 등장시켜 정치적인 올바름과 인간적인 올바름을 이야기한다. 정치를 이야기하되 무겁지 않고 인간을 이야기하되 가볍지 않다. 로또에 당첨되면 모두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해놓고 나서 정작 거액의 당첨금이 손에 들어오게 되자 고민하는 첫 번째 대통령 이순재의 '착한 고민'과 두 번째 대통령 차지욱(장동건 분)이 일본과 미국 앞에서 큰소리치는 장면은 현실에서 보기 힘들기에 더욱 통쾌한 판타지이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정치인에 대한 가벼운 풍자와 함께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따뜻하게 그려내는 유쾌한 정치영화다. 정치인 대통령보다는 자연인 대통령에 주목하는 영화이지만 '피아노 치는 대통령'처럼 정치를 애써 회피하지도 않는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경쾌하고 따뜻한 정치영화도 얼마든지 가능함을 알려주는 작품인 동시에 한국영화의 소재가 더욱 풍요로워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