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G20(주요 20개국) 금융정상회의의 한국 개최가 확정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섰다. 이명박 대통령과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현지시각 25일 피츠버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내년 G20정상회의 개최지를 발표했다. 캐나다가 내년 6월 4차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데 이어 한국은 내년 11월 5차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것.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 본격화 이후 1차 워싱턴 회의, 2차 런던 정상회의, 3차 피츠버그 정상회의에 이어 4?5차 회의 개최지가 확정되면서 G20 체제는 명실상부한 세계경제의 최고협의체로 자리잡았다. 특히 한국 개최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세계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보여준 한국의 리더십과 헌신에 대한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는 과거 국내에서 개최된 어느 대규모 국제회의보다 규모가 크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이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비교할 때 참석국의 비중과 숫자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G20 회의 유치를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 버금하는 외교적 성과로 평가할 정도다.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해방을 맞았지만 1950년 3년여에 걸친 한국전쟁을 거치며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전락했다. 6~70년대 근대화 시절 세계에서 급속한 경제성장세를 기록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90년대 이후 주목받는 신흥 개도국의 위치를 굳혔지만 선진국 진입 국면에서 매번 고배를 마셨다. 경제규모는 세계 13위권에 이를 정도의 괄목한 성장을 기록했지만 그에 걸맞은 국제적 위상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G8으로 상징되는 이른바 세계 경제?금융질서를 주도하는 국가군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 G20 정상회의 유치로 한국의 국가 위상은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주요 경제, 금융 현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정자로 부상한 것.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단군 이래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라면서 G20 정상회의 유치 의미를 평가했다. 특히 내년 G20 정상회의 유치는 아시아 국가로서는 처음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낸 점도 우리 외교의 쾌거다. 아울러 한국은 지난해 9월 1차 워싱턴 회의에 우여곡절 끝에 G20 멤버로 참여한 지 1년 만에 내년도 회의를 개최하는 국가로 상전벽해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제 한국은 G20 의장국으로 국제금융기구의 개혁, 개도국 지원, 출구전략, 경제위기 이후 성장전략 등 글로벌 이슈 등을 주도하는 국가로 성장한 것. 이와함께 이번 유치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리더십도 큰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은 1차 워싱턴 회의에서 G20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는 새로운 무역장벽 신설 금지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스탠드 스틸'을 제안,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끌어냈으며 지난 4월 2차 런던회의에서도 98년 외환위기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부실자산 처리에 대한 국제원칙을 도출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이 대통령을 비롯한 G20 정상들은 이번 피츠버그 회의에서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제 ▲ 금융체제 개선 ▲ IMF 등 국제기구 개혁 ▲ 에너지와 기후변화 ▲ 최빈국 지원 등에 대해 합의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번 피츠버그 회의를 통해 G20 정상회의는 명실상부한 세계경제의 최고협의체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G20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질서를 좌지우지해온 서방세계 중심의 G8 체제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세계 경제, 금융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강력하고 실효적인 지배시스템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미국 백악관이 25일 성명에서 "오늘 G20 정상들이 G20 회의를 전 세계 경제협력을 위한 최고협의체(the premier forum)로 만드는 것을 지지했다"고 밝힌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G20회의는 참여국의 범위는 물론 인구 규모나 경제력 측면에서도 세계 경제의 컨트롤타워로서의 상징성을 가진다. G20국가들은 세계 인구의 3분의 2, 세계 GDP에서 85%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 과정에서 서방선진국 중심의 G8 체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그동안 ▲G13(G8+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공) ▲ G16(G13 + 인니, 터키, 이집트 또는 나이지리아) ▲ G20(G7+러시아, 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남아공, 사우디, 터키, 스웨덴, EC) 등 현행 G8 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피츠버그(미국)=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