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亞 회사채 시장에 기회

아시아 지역의 현지 통화 표시 회사채 시장이 금융 위기를 계기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고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약 10년 전 아시아 개발은행(ADB)은 혹독했던 아시아 외환위기를 교훈 삼아 지역통화 표시 회사채 시장을 확대하는데 힘을 쏟기 시작했다. 현지 기업들이 해외 채권자들과 은행 대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때부터 꾸준하게 성장해온 아시아 지역 회사채 시장은 이번 금융위기를 겪어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데이터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통화 회사채 발행 규모는 달러, 유로, 엔화 등 G3(주요 3개국) 통화 발행 채권 규모의 9배에 이른다. 이 가운데 1378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 회사채를 제쳐 놓는다 해도 아시아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규모 760억 달러에 이른다. 이처럼 아시아 지역 회사채 시장이 고속 성장 하게 된 배경에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HSBC 채권 캐피탈 마켓의 로드 사이크 헤드는 “다른 곳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았을 때 지역 회사채 시장이 자금의 원천이 됐다”며 “특히 은행과 해외 채권시장의 문이 닫혀 있었을 때 지역 회사채 시장이 좋은 대안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HSBC의 션 핸더슨 헤드도 “G3 마켓의 유동성이 말라붙어 제 역할을 못할 때 지역 시장을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 3월 필리핀 최대 식품음료업체 산미구엘은 3년, 5년, 1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통해 총 388억 페소(8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었다. 이는 페소화 표시 회사채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정부의 규제 완화도 일조했다. 연초 한국 정부는 외국인 국채 투자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하는 등 외화유입 정책을 실시했다. 올들어 현재까지 한국의 원화 표시 회사채 발행 규모는 359억 달러로 전년대비 3배 늘었다. 한국보다는 채권발행 규모가 작은 태국의 경우 올해 채권 발행액이 92억9000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48%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규모의 성장과 별도로 구조적인 취약성은 극복해야할 과제다. ADB의 박신영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경우, 회사채 기준가격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국채 발행 주기를 더 좁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지역 회사채 시장은 아직까지 성숙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취약성을 노출한다”며 “제공하는 상품의 종류가 제한적이고 투자자들의 다양한 리스크 선호도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며 어떤 나라에서는 연기금과 같은 다양한 투자 저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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