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성공은 '타이밍이 절반'

느린 경기 회복 전략 버리고, 재빠른 출구전략 고민해야

유동성를 거둬 들인다는 것은 한창 흥겨운 파티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인내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얘기다.1936년~37년에 걸쳐 연방준비제도(Fed)가 잘못된 출구전략을 사용해서 큰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 그 후로 연준은 제대로 된 출구전략 타이밍을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이야기는 이렇다. 70여년전 시중에 많은 돈이 돌면서 유동성 과잉 조짐이 나타나자 연준은 ‘통제하기 힘든 신용 팽창’ 상태를 막기 위해 과감한 유동성 흡수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급격한 유동성 흡수로 인해 1933년부터 서서히 회복되어온 미국경제는 일순간 마비되었고 1937년과 38년에 걸쳐 디블딥(Double Dip) 경기침체를 겪게 됐다.최근 미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시중에는 7000억달러(4940억유로)가 넘는 유동성 자금이 돌고 있다. 하지만 연준이 전례를 기억한다면 1936~37년에 사용했던 섣부른 출구전략 단행은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현재 연준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경기회복을 유도하면서 적절한 통화정책을 통해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물가상승률 추이와 전문가들의 예측치를 볼 때 앞으로 십여 년간 큰 폭의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위로라면 위로다.지난 해부터 시작된 디플레이션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는 한동안 투자자들을 '좌불안석'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듯 미국 정부는 경기침체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외환 스왑을 체결하고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내리는 등 적극적인 ‘양적 완화 정책‘을 펴왔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양적완화정책으로 올해 미국 연준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 규모는 지난해 보다 2.5배 정도 이상 증가해 2조3000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급한 불은 껏지만 경기가 다시 안정화 되고 회복이 가시화됨에 따라 연준은 1930년 중반에 겪었던 모순적인 상황에 또 다시 직면하게 됐다. 정부는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과잉 유동성을 흡수해야 하는지 머리를 짜내고 있지만 사실 그것에 대한 정확한 정답은 없어 보인다. 연준이 시장의 펀더멘탈을 잘못 판단해 방치하게 되면 물가상승과 같은 과잉부동성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고 유동성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면 신용, 경제 시장은 활동이 급격하게 둔화되기 때문이다.지난 가을 미 의회는 이러한 미래를 예측한 듯 출구전략으로 고심할 FRB를 위해 종전에 없던 특별한 통화정책을 선물했다. 바로 유동성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전 경기회복은 은행들에게는 당연히 따라오는 기회와도 같았다. 은행들은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달아오른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돈을 빌려주고 많은 이자를 챙길 수 있었다. 또한 신용시장 확대를 통해 몸집도 한껏 부풀릴 수 있었다. 하지만 연준이 은행들을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됨으로서 이제 은행들은 더 이상 내키는 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은행들의 탐욕을 지켜만 보았던 연준이 원하는 시기와 방법으로 유동성을 풀었다 조였다를 할 수 있는 '마법의 열쇠'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사실 1930년도와 현재 상황 모두 연준의 출구전약을 힘들게 하는 것은 재정정책이다. 1936년 전에는 단기적인 재정흑자가 일차 세계대전 비용으로 대부분 소비됐다. 이러한 예기치 않은 재정소비나 부양책은 사실 연준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경제학자들이 점차 경기 안정과 성장을 점치느라 바쁘지만 연준은 또 다시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를 풀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서서히 느린 회복을 선택할 것이냐 재정확대로 단기간에 큰 효과를 꾀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연준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전자의 경우는 까다로운 출구전략이 요구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경제는 천장을 모른 채 상승하며 리스크 증가와 인플레이션이라는 지병을 지니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와 연준은 앞으로 느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버리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일사천리로 경제를 살리고 제 시간에 재빨리 파티를 빠져 나오는 것이 제대로 된 '출구전략'이 아닐까. 양재필 기자 ryanfee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양재필 기자 ryanfeel@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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