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과학체험프로그램, 글로벌 과학자 길러낸다

이홍금 극지연구소장 기고

극지연구소는 최근 전국의 중ㆍ고교생을 대상으로 '2009 북극연구체험'을 실시했다. 지난 2005년부터 진행해온 이 행사는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상주하고 있는 북극 다산기지를 청소년들이 방문해 그 곳에서 9박10일간 생활하면서 직접 북극을 체험해 보는 이벤트다. 선발된 청소년들은 과학자들과 함께 북극 빙하탐사, 극지야영 체험, 외국기지 방문, 북극 박물관 견학 등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그야말로 산교육을 받았다. 이를 통해 책에서만 보던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극지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공감할 수 있었다.매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 행사는 올해도 6명 모집에 632명이 몰려 무려 10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체험단 모집기간이 중ㆍ고생들의 기말고사 기간이었음에도 시간을 할애해 활동계획서 작성, 과학글쓰기 등 전형과정에 열과 성을 다하는 그들에게서 북극체험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청소년들은 상상 이상으로 과학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냈으며, 과학에 대한 소양과 지식 또한 새삼 놀랄 정도였다.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우리 청소년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끌어내 과학계를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과학체험 프로그램'에 대해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금 우리 과학계는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면서 기초과학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처럼 과학에 흥미있는 학생들이 꾸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과학체험 프로그램의 운영은 작은 듯 보이지만, 미래의 훌륭한 과학자를 발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실제로 극지연구소의 북극연구체험단을 통해 인생의 항로를 과학도로 결정한 청소년들이 꽤 있다. 한 예로 지난 2006년에 참가했던 한 여학생은 북극체험에서 빙하가 무섭게 녹아내리는 것을 직접 보고, 그때부터 지구 온난화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때부터 인터넷 곳곳에 관련 글을 올리고, 관련 행사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 지난 2008년에는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수여하는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으로 극지과학자가 돼 지구온난화 문제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꿈이라는 이 학생은 현재 한 대학의 자연과학부 학도로 학업에 매진 중이다.  과학이라고 하면 피할 수 없는 시험 과목 중 하나라는 생각을 떠올릴 정도로 과학에 대한 인식이 척박한 우리나라의 교육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과학 선진국을 꿈꾸기는 힘들다. 우리나라는 유독 외형적인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프라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그와 관련된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면 이는 말 그대로 속빈 강정에 그칠 것이다.남북극의 얼음을 깨부수며 멋지게 극빙해 지역을 항해할 국내 최초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올 가을 드디어 완공된다. 2009 북극체험연구단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 가운데 앞으로 아라온을 이끌 멋진 미래 극지과학자, 지구환경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글로벌 리더들이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홍금 극지연구소장 hklee@kopri.re.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보과학부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