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전문경영인체제 새 시험대 올랐다

3세 경영 가속화 될 듯

금호그룹은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부회장을 그룹 회장이 선임하는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통해 대우건설 인수 후유증으로 불거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금호그룹이 '오너일가 퇴진-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이라는 새로운 실험대에 올랐다. 샐러리맨 출신인 박찬법 금호아시아나 부회장의 그룹 회장 선임은 대우건설 인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위기의 금호'를 구하기 위한 박씨 일가의 결단이 낳은 산물이다.그러나 전문 경영인 체제가 길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2대에서 3대로 세대교체 과정에서 일시적인 '계투' 역할에 그칠 공산이 커보인다. ◆박찬법 회장체제 뭐가 달라지나 ='오너십'의 부재는 금호에 악재다. 재무구조개선약정 이행을 위한 대우건설, 금호생명, 강남고속버스터미날 매각 등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경영상의 리스크를 감수한 결단을 내려할 일이 잦지만 '대리인'인 전문경영인으로서는 '무한책임'을 지기 어렵다. 박삼구 금호 회장 또한 이같은 외부의 우려를 감안한 듯 "지분이 없어도 대주주가 밀어준다면 전문 경영인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공개적으로 확약했다. 이어 "박 부회장이 40년간 그룹에 몸담아 그룹의 경영철학이나 내부 사정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만큼 나보다 나을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다만 박삼구 회장은 "대주주로서 재무구조개선약정 이행에 대해서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혀 오너로써의 권한은 계속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은 박찬법 회장이 지고 계열사 및 자산 매각 등 주요한 결단은 박삼구 회장이 내리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박삼구 회장은 그룹 회장직에서는 물러났으나 금호석유화학을 비롯 금호타이어, 대우건설, 대한통운,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5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은 계속 겸임하고 있다. '어부지리'로 그룹 회장에 올라서기는 했지만 금호그룹내에서 박 신임 회장에 거는 기대는 크다. 박 회장은 위로는 40년간 금호에 몸담아 그룹을 일구는데 일조, 오너일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또 아래로는 사원에서 시작해 그룹 회장에 오르는 '입지전적'적인 전력으로 임직원들의 신망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금호의 위기 해결사로써 최적격이라는 평이다. 금호 관계자는 "40년간 근속해 누구보다 그룹 사정에 정통하고 경영능력 부분에서도 선대회장에게서도 인정을 받았던 분"이라며 "조직관리에 있어서도 합리적인 성격"이라고 전했다. ◆3세 경영은 언제쯤? =금호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아직 30대인 3세들의 경영수업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계투'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박부회 회장 선임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선진경영모델의 전면적 도입이라기보다는 위기돌파를 위한 극약처방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쿠데타에 실패한 4남인 박찬구 회장을 건너뛰면 5남인 박종구 전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이 금호의 전통인 '형제승계'의 마지막 순번이다. 그러나 박 전차관은 1987년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래 학계와 관계를 오가며 아예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점에서 경영일선에 나설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해 보인다. 3세중에선 창업자인 박인천 회장의 장손이자 고 박성용 회장의 장남인 박재영씨가 1순위다. 그러나 박씨는 미국에서 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룹 경영에도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 3세중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인물은 박삼구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다. 고 박정구 회장의 상속인인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과 박찬구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보다 연배가 앞설뿐더러 승진도 가장 빠르다. 이정헌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SK나 삼성 사례에도 볼수 있듯이 국내 대그룹에서 전문경영인체제는 위기돌파를 위한 국면 타개용으로 활용돼 왔다"며 "박찬법 회장 체제 또한 3세경영을 준비하기 위한 중간 계투 성격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조해수 기자 chs9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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