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히든챔피언' 중기찾아 현장경영 6000km

중기 튼튼해야 경제 건강…수출금융 파격변신 녹색산업·해외자원개발 등 신성장동력 육성 앞장 아시아초대석 김동수 수출입은행장 대담=조영훈 부국장대우 겸 금융부장
'6000km' 1100km에 달하는 한반도 최남단과 최북단을 약 3회 오고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올해 2월 13일 30년간의 경제관료 생활을 마치고 '뱅커'로 변신한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이 취임 후 직접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한 이동거리를 합산한 숫자이기도 하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의 수출금융지원 기능을 주로 담당했던 수출입은행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행보이다. 김 행장의 '현장경영론'는 취임때부터 뚜렷한 색깔을 나타냈다. "나를 쳐다보지 말고 현장을 향해라. 현장 속에서 문제를 찾고 길을 구하라"는 말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국책은행장은 그동안 사실상 고위 경제관료들에게 예약된 자리라는 인식도 만만치 않았기에 '의례적인 말'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그로부터 120여일이 지난 지금 김 행장은 '6000'이라는 숫자로 현장경영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대변했다. 이 속도라면 연내에 삼만리(1만2000km)를 돌파하는 것도 그리 어려워 보이진 않는다. "중산층이 많아야 건전하고 당당한 사회가 되듯, 중소기업이 튼튼해야 경제도 건강해집니다. 독일이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 세계적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산업재를 생산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잘 모르는 작지만 강한 기업을 일컫는 말)을 잘 육성했기 때문에 그런 기업들이 중견기업이 되고, 경제근간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김 행장은 취임 이후 기업들에 대한 금융 지원 계획에 가장 먼저 손을 댔다. 취임전인 연초에 이미 목표로 잡혀 있었던 대(對) 기업 금융지원 총액 47조원을 53조원으로 늘렸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금액 목표치도 8조5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높였다. 이중 지난 5월까지 대출 5조원, 보증 8000억원 등 총 5조8000억원이 중소기업 지원용으로 쓰였다. 작년 한해 수출입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실적(6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국내 금융회사 중 가장 먼저 원화대출은 물론 외화대출까지 일괄 만기연장을 했고, 수출계약만 있으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요건도 대폭 완화했다. 김 행장은 "지점이 10개에 불과한 작은 조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승진 대상자 선정과 조직관리자 보임시 현장 근무자를 우대하고, 지점 등 중소기업 지원부분에 우수인력을 확충했다"고 말했다. 현장 근무자들을 위한 업무용 차량도 더 투입했다. 공기업 전반에 예산과 인력감축 바람이 불고 있지만, 한정된 자원을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김 행장이 중소기업 지원 못지않게 역점을 두는 분야는 녹생성장산업과 해외자원개발 지원이다. 경제 위기의 먹구름이 걷히고 난 이후 지속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신성장동력을 마련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녹색산업이나 자원개발 등은 투자기간이 길고 당장 수익을 내기도 어려워 상업금융기관이 접근하기 힘들다"며 "그럴수록 정책적으로 노력하고, 국책금융기관이 앞장서야한다"고 강조했다. 수출입은행은 녹색산업 지원을 위해 1조원을 책정했고, 탄소배출권 확보사업(CDM)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공공탄소펀드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자원개발과 관련해서도 올해 2조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마련해 시행중이다. 특히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 유망지역에 대해서는 자원개발과 경제협력 프로그램을 연계해 지원하고 있다. 적기에 외화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수출입은행의 역할이다. 김 행장은 "올해 들어 총 64억불의 외화자금을 조달해 연간 목표액의 80%를 달성했다"며 "빠르면 이달 중하순에도 추가 조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기관장들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인 경영효율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김 행장의 행보는 과감하다. 취임이후 지금까지 대졸초임 20% 삭감과 기존직원 급여 5% 자진반납 등으로 정원의 12%(90명)에 달하는 청년인턴을 채용했다. 정부 권고치인 4%의 3배이다. 특히 단순한 사무보조형 인턴이 아닌 경협·남북, 산업조사, 리스크관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현업부서에 전원 투입했다. 김 행장은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다가 자칫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 서왔던 노력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지금 나누는 고통이 장기적으로 미래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리=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사진= 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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