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1300만원짜리'앵무새의 주인을 찾습니다

희귀 앵무새, 요리나 애완용으로 멸종..소유보다 반려조에 대한 사랑이 중요

어느날 보기드문 한 앵무새를 분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투칸이라는 종류로 커다란 부리가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 새의 가격은 무려 1300만원이었다. 환율이 오르면 새의 가격은 더욱 치솟을 수도 있단다. 앵무새 몸값이 자그마치 1300만원이라며 평소 갖고 싶던 자동차 값과 맞먹는다고 하자 한 지인은 차를 사는 편이 낫다며 놀라워 했다. 하지만 희귀한 새에 대한 욕망은 애조인이라면 쉽게 떨쳐내기 어렵다.

[투칸앵무새]

저 새는 어떻게 한국에 왔을까. 물론 비행기나 배를 타고 왔을 것이다. 어쩌면 저 새도 해외의 한 가정에서 알을 깨고 태어났을 수 있다. 그러나 흔하게 기르는 앵무새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개 밀렵이나 포획의 아픈 과정을 거쳐 국내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열대우림에서 과일을 먹으며 고개를 갸웃거린 추억이 저 아이에게는 있을 지도 모른다. 만약 광활한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았던 시절을 간직하고 있는 새라면 그 새에게 새장은 감옥인 셈이다. 동물이나 물품 따위를 좋아해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긴다는 의미의 애완(愛玩). 애완의 이면에는 이런 잔인한 면이 포함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새장 속에서 태어나 자란 새를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는 것이 옳은 일일까. 위험천만한 일이다. 주인이 주는 안전한 모이와 물에 길들여져 있는 앵무새들은 자연에서 생존하는데 상당히 취약하다. 누군가에게 발견돼 새로운 가정의 구성원이 되지 않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 ◆전설이 돼 버린 희귀 앵무새

[뉴턴앵무, 출처:위키피디아]

아름답고 사람의 행동을 곧잘 흉내내는 앵무새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그만큼 멸종될 위기에도 더 많이 노출돼 있다. 환경운동가 토니주니퍼의 '스픽스의 앵무새'에 따르면 희귀 새들은 지구 표면적의 20% 이상에서 출현한다. 그러나 5%에도 못미치는 땅덩어리가 이 모든 멸종위기 새들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멸종된 앵무새들을 만나보자.뉴턴 앵무. 이 앵무새들은 매우 맛이 좋아서 주로 요리용으로 사냥됐다고 한다. 아울러 말도 잘 따라해 애완용으로도 포획됐다. 잘 길들여진 새는 프랑스어를 구사했다고 그는 소개했다. 지금 이 새는 지금 박제된 모습으로 케임브리지대학의 동물학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마스카렌앵무 출처:위키피디아]

커피, 바닐라, 사탕수수 등을 재배하는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사라져버린 마스카렌 앵무도 있다. 이 새는 바이에른 국왕 막시밀리안의 소장품으로 사육되다가 1830년대에 죽었다고 한다. 카리브제도에 살았던 쿠바금강앵무도 멸종된 앵무새다. 이 새는 1742년에 동물학자 라바트가 "그 앵무새는 너무 흔한 것이라서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새에 관해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할 정도로 흔한 새였다고 한다. 그러나 60년이 채 지나기 전에 멸종됐다. 앵무새들은 요리나 애완을 목적으로 잔인하게 포획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조류학자들은 앵무새들이 자기 무리의 한 마리가 총에 맞으면 도망가기보다 오히려 죽어가는 동료를 도우려고 다가가기 때문에 더 많이 잡혔다고 설명한다. 부모새는 물론 알까지 밀렵꾼의 목표물이 됐다. 토니주니퍼는 큰유리금강앵무의 경우 보금자리를 만들거나 둥지를 틀기 위해 특정한 나무를 이용하고, 특별히 좋아하는 야자나무를 정기적으로 오갔으며, 호기심이 많아 밀렵꾼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앵무새의 거래가 불법이 아니었던 1980년대 초반 이 앵무새 한마리의 거래가격은 미국에서 2000달러 이상이었다고. ◆'애완'보다는 '배려'

[투칸앵무새]

앵무새는 정말 사랑스러운 동물이다. 말을 하고 장난감을 갖고 놀고 사람을 따라하기 좋아한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만지기 위해 고집을 피우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이같은 귀여운 앵무새의 매력에 희귀성이 더해지면 그 가치는 폭발적으로 커진다. 수집가들은 여전히 희귀 앵무새를 소유하고 싶어하고 거액이 오간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 정도까지 되면 '애완'이라는 것은 잔인해진다. 애조인이라면 새에 대한 관심은 물론 보존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만약 희귀한 새를 기르고 있다면 더더욱 그 새의 번식과 생존에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유'가 아니라 반려조에 대한 '사랑'이다. 그냥 사랑만 해서는 안된다. 반려조의 습성을 배우고, 배려하는 사랑이 없다면 가족, 특히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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