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게 자유를 달라

삼성이 뛰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친(親)재벌 대 반(反)재벌. 우리 사회의 최대 딜레마 중 하나다. 한국 경제 발전 과정에서 파생된 어쩔 수 없는 산물이다. 논쟁에 빠져들면 끝이 없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은 싫든 좋든 재벌은 한국 경제의 골간이라는 점이다. 대기업 그룹(재벌)의 성패는 우리 경제의 성패와 맞물려있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대학 교수 출신이다. 그는 지난달 말 아시아경제신문사가 주최한 아시아자본투자대상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포럼에서 세계 금융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즉각적으로 친(親)재벌적 발언이라고 공격 하더라. 내가 말한 것은 친재벌이냐 반재벌이냐를 강조한 게 아니었다. 삼성전자를 언급한 3가지 이유가 있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유동성 문제다. 우리 금융기관에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있었다면 달러 부족에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즉,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 금융위기에서 삼성전자만큼 우량 금융기관이 없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다. 둘째, 정보네트워크다.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모든 정보를 가장 먼저 입수할 수 있다. 무슨 일이 터지더라도 먼저 정보를 알고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미국과 일본에선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먼저 알았다. 과연 일련의 국제금융 사태를 먼저 알고 있었던 국내 금융기관이 있었을까. 셋째, 국제적 룰(rule) 세팅이다. 세계 1, 2위 기업은 해당 분야에서 모든 룰을 만들어 고치곤 한다.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만들어 놓은 룰에 따라야만 한다. 삼성전자는 국제 룰을 좌지우지할 정도다. 그러나 우리 금융회사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만든 룰에 종속돼있다. 이 부위원장의 발언을 장황하게 전달한 이유가 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이 최근 몇년 동안 곤욕을 겪고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비자금 사태 등 크고 작은 문제로 국내외적으로 적지 않게 흠집이 났다. 최근 법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돼 이제 삼성이 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뜻하지 않은 암초가 나타났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이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자유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는 이상 언소주 운동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그렇게 하면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인가를 냉정히 따져보고 싶을 뿐이다. 사실 대기업을 포함한 국내 대다수 기업들은 삼성의 경영 목표나 방향을 항상 예의 주시한다. 그리고 따라 간다. 일전에 모그룹 간부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내수 침체의 원인 중 하나가 삼성에 있다"는 말을 듣고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경기가 침체되고 회복이 불투명하다고 삼성이 경비 예산을 싹둑 자르고,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걸 본 다른 그룹 CEO들이 삼성도 그러는데 우리는 더 줄여야지 했다. 삼성발 감축경영 방침이 기업 전반에 연쇄 파급효과를 초래했다. 결국에는 쓰는 걸 줄이게 돼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제라도 삼성이 신바람 경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움직이게 하면 우리 경제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텐데 안타까워했다. 물론 그의 말이 전부 옳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분명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점이 있다. 더 이상 삼성의 발목을 잡는 우(愚)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라도 삼성을 자유롭게 뒀으면 한다. 정부, 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귀담아 들어야 한다. 김종현 아시아경제신문 편집인 겸 부사장 jhkim5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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