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라잔 교수 '수요 창출 위한 근본적 정책 필요'

라구람 라잔(Raghuram G.Rajan·사진) 시카고 경영대학원 교수는 내수기반이 취약한 한국이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가정경제에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교육 등이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의 중장기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라잔 교수는 11일 주최로 호텔신라에서 연 '제6회 인벤스터스 컨퍼런스'에서 강연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국 등 선진국 중심의 수요가 앞으로 3~4년에 걸쳐 신흥국으로 이전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코리아 행보에 대해 "지난해 위험 회피 목적으로 투자를 중단한 것에 대한 반등의 결과로 보면 된다"며 "한국에 국한됐다고 보긴 어렵고 신흥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머징마켓의 기회가 내수를 기반으로 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한국은 내수 기반이 상당히 취약하다. 한국이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은? ▲이번 경제 위기로 고통이 있겠지만 이를 통한 조정(adjustment)도 가능하다. 즉 신흥시장 의존도가 낮아지는 방향으로 조정될 것이다. 한국 등의 많은 국가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집행되고 있는데 정부가 얼마간의 수요를 지탱해 주겠지만 결국은 개도국의 가정경제에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경기부양이 우리가 잃어버린 수요를 상쇄하는 임시응변적 조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국민들이 새로운 기술을 취득하는 방법, 인프라, 교육 등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자가 돼야 장기적으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단기적인 효과는 금방 사라지고 새로운 수요를 찾을 수 있는 분야를 또 찾아 나서야 한다. -강연에서 내수 문제를 미국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신흥국의 내수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과는 다른 시각이다. 그 이유는? ▲시간차가 좀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방법으로 갈 수 밖에 없고 이 대부분은 미국 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중국도 경기부양책을 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작다. 결국 당장은 미국의 경기부양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미국도 한계가 있으며 결국 중국, 브릭스, 멕시코,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 이를 받혀 줄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3~4년에 걸쳐 일어날 일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글로벌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오바마 정부의 정책은 △민간은행의 대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준이 개입하는 부분 △금융시스템을 고치는 것 △주택가격 부분 △중장기 경기부양 부분 등 크게 네 가지로 이뤄지고 있다. 중기적인 관점에서 미국의 정책 정부 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은 확실하다. 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과세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생산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오바마 정부의 재분배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 될 것인지? ▲ 오바마 정부에서는 유권자를 만족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재분배를 통해 가능할 것다. 하지만 이러한 식으로만 재분배를 하게 되면 혁신 등에 힘을 쏟기 어렵다. 부자들의 자산을 직접 주는 방법보다는 빈곤층이 가지는 스킬을 높이는 방식으로 재분배가 가능할 것이다. -지금이 한국에 투자할 적절한 시간이라고 보는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계속 들어올 것으로 보는지? ▲ 지난해 투자자들이 한국 뿐만 아니라 이머징마켓에서 위험을 회피할 목적으로 투자를 중단 했다. 지금 한국에 돈이 돌아오는 것은 한국에 국한됐다고 보긴 어렵고 신흥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이 와도 생존할 수 있고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부분이 투자의 신뢰를 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한국도 4년간 60조원을 그린성장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방향이 맞는 것인지. ▲어떤 계획이던지 정부가 미시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그린 정책이 당장의 수요를 늘린다는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재를 유치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을 국제도시로 만들어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려면 환경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즉 전문직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그린(녹색) 국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정부의 정책은 지금 단순히 당장의 수요를 늘린다는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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