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모펀드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가 오비맥주의 새 주인이 됨에 따라 국내 맥주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하이트·오비맥주 양자구도에 변화가 올 것인지와 롯데가 실제로 공장을 지어 맥주사업을 진행할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오비맥주 인수에 실패한 롯데그룹은 당분간 화력을 소주시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어서 국내 주류시장을 둘러싼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일단 국내 맥주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KKR이 단순 투자에 머무르지 않고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활발한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싸움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KKR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비맥주를 18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인베브와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조셉 배 KKR 아시아 지역 대표는 "이번 오비맥주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인 것이 아니다"며 "오비맥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경영진을 적극 지원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극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가동률이 낮은 공장을 더욱 활성화시킬 것이고, 더 많은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최수만 오비맥주 전무는 "수도권과 20~30대를 중심으로 이미 오비와 카스맥주가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며 "게다가 KKR이 세계적인 경영 노하우와 투자가 더해질 경우 더욱 강력한 파워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진로하이트측은 롯데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한 상대를 만났다며 태연한 반응이지만 내심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진로하이트 관계자는 "일단 사모펀드는 공격적이거나 적극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게다가 주류사업이 처음인 KKR은 앞으로 안전지향적으로 운영하면서 영업이익을 늘리는 등 내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펀드는 제조업을 계속 운영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제조전문인 롯데나 인베브가 나중 인수할 가능성에 대해 더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무리한 가격 등 여러 조건들이 맞지 않아 오비맥주 인수를 포기했다"며 "당분간은 상황 등을 지켜보며 소주사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총 2조원 가량을 투자해 맥주공장을 신설하고 3년내 시장점유율 20%를 달성한다는 내부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행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오비맥주가 다시 매물로 나올 경우 롯데가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가 위스키·소주·맥주로 이어지는 완벽한 포트폴리오에 대한 미련을 쉽게 털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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