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독감 명칭 놓고 보건복지부-농식품부 혼란 가중
돼지 인플루엔자(SI)의 명칭을 두고 정부의 관련부처들이 국민들의 혼돈을 부추기고 있다.
이번 돼지 인플루엔자 사태로 가뜩이나 불안감에 휩싸인 국민들은 정부의 한심한 대응태도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8일 "돼지에서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돼지 인플루엔자로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멕시코 인플루엔자(MI)'를 사용해줄 것을 국내 언론사에 공식 요청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독감이 돼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만큼 스페인 독감, 홍콩 독감처럼 발원지인 멕시코를 붙여 멕시코 인플루엔자로 부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농식품부의 발표를 뒤집었다.
보건복지부는 "돼지 인플루엔자와 관련한 용어가 너무 다양해서 국민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며 "돼지 인플루엔자의 영어약자인 'SI'로 통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일부에서 요구하는 '북미인플루엔자'나 '멕시칸인플루엔자' 등의 용어를 쓰는 것은 섣부른 것"이라며 "국제기구에서 명칭을 확정한다면 바꿀 수도 있다"고 전했다.
두 부처간 명칭사용을 둘러싼 소통과정은 더 큰 문제다.
농식품부는 국민 보건에 관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에도 돼지 인플루엔자를 MI로 통일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사전 논의결과 보건당국에서도 MI를 사용는데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당국자는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28일 의사협회와 감염전문의 등 전문가과 토의를 통해서 'SI'로 통일하기로 했는데, 농식품부는 이때까지 공식적인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알렸다.
결국 농식품부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충분한 협의와 결론을 도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돼지 인플루엔자를 'MI'로 바꾸겠다고 일방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린 셈이다.
이에 대해 국민들의 비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 신정동에 사는 윤모씨(32·직장인)는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다가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정부가 내부 협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에 얼마나 잘 대응할 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갈현동에 사는 안모씨(35·주부)도 "아이들 유치원 보내는 것도 걱정이 되는 마당에 정부에서는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모르겠다"며 "국민들이 누구를 믿어야 하냐"며 한숨을 쉬었다.
이같은 사태가 정부의 위기대처능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관련부처 차관회의까지 열었지만 명칭 하나 제대로 통일하지 못한 것은 콘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청와대나 총리실을 주축으로 관련부처가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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