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을 위한 주간사 선정이 무산되면서 3년여를 끌어오던 매각 작업이 또 연기될 전망이다. 매각주간사 선정에 반대의견을 제시한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종합상사 등의 매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대건설까지 매물로 나놓 경우 시장에서 소화시키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 덩치로는 매각 무리= 현대건설의 매각시 인수자가 사들여야하는 물량은 전체지분의 49.7%인 5514만2678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비롯해 산업ㆍ우리 등 9개 채권단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현주가를 감안하면 3조3000억원대에 이르는 대형 매물이다. 여기에 대우건설 매각 당시 적용됐던 경영권프리미엄(약 45%대)를 적용하면 덩치값은 5조원에 육박한다. 금융위기 지속으로 잠재적 인수자들의 주머니가 얇야진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소화하기 힘든 규모라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최소한으로 적용해도 4조원대의 가격이 나온다"며 "현재 진행중인 다른 M&A 매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매력이 있지만 현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채권단은 매각대상 규모를 조정하는데는 합의를 봤다. 경영권 매각 대상 지분 49.7% 중 약 15%를 우선 매각제한에서 해제해 블록딜 등의 형태로 먼저 처분하고, 최종 매각 규모는 35%선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이 경우 현대건설 인수자는 약 1조원 안팎의 인수대금 부담을 덜 수 있다. 매각 일정이 여전히 불투명하긴 하지만 이전보다 상당히 진전된 단계라는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도 "이같은 매각 대상 주식 조정안이 주주협의회를 통해 최종 결정될 경우 향후 잠재적 인수자들의 부담을 경감시켜 매각작업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열쇠 쥔 산은...민영화가 변수=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희망과 달리 매각 대상 주식이 조정되더라도 당장 현대건설의 매각에 탄력이 붙을지는 미지수다. 현대건설 매각작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산업은행의 입장이 유보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화그룹과의 매각 협상이 불발된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매각 등 산적한 M&A 과제가 남아있다.
민영화 변수도 존재한다. 산은은 향후 민영화시 현재 보유중인 공기업 지분과 구조조정 기업 지분을 국책기관인 한국정책금융공사(KPBC)와 민간기업인 산은금융지주로 나눌 예정이다. 단기간에 매각 가능한 주식은 산은금융지주로 넘길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건설의 경우 다른 M&A작업과 맞물려 우선순위에서 배제될 경우 KPBC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도 작년 취임후 현대건설 지분이 한국정책금융공사로 이관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싸고 단골메뉴로 등장해온 '정치적 이슈'도 어김없이 제기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워크아웃 졸업한지 3년 되는데도 새주인 찾지 못하고 있다"며 "채권단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