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당국간 접촉에서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인상과 토지임차료 조기 징수를 요구하면서 북측의 노림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21일 밤 남북 당국간 접촉에서 일방적으로 70~75달러 수준인 북측 근로자의 노임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토지임차료도 내년부터 지불하도록 하기 위해 남측에 협상을 요구했다.
당초 예상했던 정치적 요구 없이 경제적 문제만 내세운 배경과 앞으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주목된다.
◆겉으론 '현금'..속으론?
북한의 이번 통보는 개성공단 사업의 칼자루를 흔들면서 남북관계를 주도하려는 노림수로 분석된다. 개성공단 사업은 이미 101개 기업이 진출해있는데다 남북 화해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잡았다.
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기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이용, 남한 정부를 압박하기에 최적의 카드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피살로 8개월간 금강산관광이 중단됐음에도 불구,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크게 떠안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달 키리졸브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빌미로 개성공단 출입을 차단시켰을 때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우리 근로자들과 물자가 개성공단에 들어가지 못하자 당장 공장가동 중단 위기에 빠졌고, 기업인들의 어려움이 경제위기와 맞물려 부각됐다.
북측으로서는 이미 검증을 끝낸 카드인 셈이다. 더욱이 현대아산 직원의 억류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사실상 인질화 하는 상황을 만들면서 우리 정부의 정치적 부담감을 극대화 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대북문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지난달 개성공단 출입을 차단시켰을 때 숨은 목적이 있었다"며 "이번 통보도 이것이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 협상테이블 나설까
정부가 북한의 협상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에 빠졌다.
우선 통일부는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돈을 요구했다는 점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통보내용이) 기대치보다 높았다"면서 "특히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문제를 피해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제부터 검토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당장 협상 수용 여부를 밝히기에는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무턱대고 협상에 나서는 것도 '대북 퍼주기'를 비난한 현 정부의 대북관과 맞지 않다.
특히 이번 접촉과정에서 북한에 끌려다닌 결과를 낳으면서 이에 대한 정치권 등의 비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계획대로 PSI 전면참여를 발표할 경우도 북한의 태도 변화도 관건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인력공급을 중단하는 등 강한 반발을 할 수도 있다.
북한과의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북한은 ▲개성공단 체류 인원 추가 감축 ▲개성공단 차단 ▲입주기업 철수 등으로 점차 수위를 높여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측에 대한 신뢰도 걸림돌이다. 북측은 이번 접촉에서 사전에 장소와 의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우리측 통지문은 받아들이지 않는 등 일방통행으로 일관했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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