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 기다림의 시작

상승장을 초조하게 기다리기보다는 머리 식힐 기회로 삼자

기다림의 과정은 때로는 지루할수도, 때로는 설레일 수도 있다. 기다림의 대상이 누구냐, 혹은 무엇이냐에 따라 기다림의 과정에서 생겨나는 마음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기다리는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지루할수도, 설레일수도 있는 것이다. 오랫만에 생긴 데이트 기회라고 가정해보자. 30분이 지나도 상대방이 오지 않는다. "30분이나 지났는데 왜 안오나"하고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 보면 갈수록 초조해지고, 그 시간이 한없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막상 상대방이 나타나도 반가움보다는 왜 이렇게 늦었냐는 질책이 먼저 나와 간만의 데이트를 망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차를 한잔 마시거나 책을 읽는다면 기다림의 시간은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고 기분좋은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기다림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다림의 과정이 예상외로 길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일이면 곧 상승탄력이 회복되겠지 하고 하루하루 목이 빠져라 기다리면 그 과정은 길기만 하고 막상 본격적인 상승장이 도래하더라도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할 수 있다. 당분간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머리를 식히며 향후를 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주식시장의 상승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상승탄력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장중에는 하락세로 돌아서다가 막판에만 겨우 상승세를 지켜내는 모습이 자주 연출된다. 지수야 상승세를 이어간다 하더라도 종목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장세라는 얘기가 된다. 문제는 이 기간이 예상외로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지수의 상승세를 이끈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강한 투자심리'다. 연일 강세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니 강한 투심이 이어질 만 하지만 전날 다소 불안한 신호가 나타났다. 코스피 지수는 미미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코스닥 지수는 500선을 힘없이 내주며 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 시장의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만큼 코스닥의 하락 전환은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 변화를 어느정도 내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또다른 중요한 요인은 '외국인'이다. 기관은 전날까지 9거래일간 매물을 거침없이 쏟아냈지만 이를 외국인이 대부분 소화해내며 지수의 상승세를 지켜왔다. 외국인이 수급적으로 큰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바꿔 생각하면 외국인이 돌연 '팔자'로 돌아선다면 국내 주식시장도 하락세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외국인들이 이머징 마켓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경우 글로벌 경기나 미국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증시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특히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금액기준 시가총액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탈 가능성에 대해 고려해 볼 시점임을 의미한다.
기대감으로 주가가 강세를 이어왔지만 실물경기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날 미국의 2위 쇼핑몰업체인 제너럴그로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맨해튼이나 보스턴 등에 200여개의 쇼핑몰을 갖고 있는 제너럴그로스의 몰락은 어찌보면 경기침체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이것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기개선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경기침체로 몸살을 앓는 굵직굵직한 거인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차트상으로 보더라도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다. 전날 코스피시장에서는 몸통이 절반에 달하는 샅바형 캔들이 등장했다. 상대방을 넘기느냐 내가 넘어가느냐 하는 변곡점에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샅바형' 캔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정을 마치고 상승세로 돌아설 수도 있지만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주말을 앞둔 만큼 시장의 관망세도 어느정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기다림의 과정이 시작됐다. 때로는 기다림이 길어질 수 있다. 지루한 장세 언제끝나나 하며 초조해하기보다는 머리를 식히고 체력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면 향후 도래할 상승장을 보다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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